쉬어가는 이야기, 짧은 동화
덜컹덜컹-
자갈이 깔릴 때마다 여지없이 흔들어 대는 나무상자 안에서도 꼿꼿한 고개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못생긴 복숭아들.
그 사이로 예뻐서미안해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하..."
"괜찮아. 너도 열심히 부딪히다 보면 못생겨질 수 있어."
그녀의 침울한 표정에 못생긴일등이 안타까운 어조로 대꾸한다.
그 둘의 대화가 이어지는 상자 바깥에도 검정글씨로 분명히 쓰여있는 팻말.
+못생겨서 당도가 최고랍니다+
복숭아 장수는 오늘도 시끄러운 트럭을 몰고 동네를 누빈다.
"어제도, 그제도 다른 친구들은 다 잘만 팔려가는데 나만 며칠째 남아있어. 이거 실화야?"
"나도 네가 태어난 거 가지고 뭐라고 하고 싶진 않지만. 기다리다 보면 알아주는 때가 오지 않을까?"
예뻐서미안해는 동네 몇을 지나도록 상자 안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
몰려드는 사람마다 못생긴 납작 복숭아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너 말대로,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못생긴 것만 좋아하는 세상이 너무 가혹해."
예뻐서미안해를 남몰래 흠모하는 못생긴 일등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저릿하다.
트럭이 동네에 멈춰 설 때마다 몇 번이나 친구들 틈에 숨어 파고들었던 것도 예뻐서미안해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간절한 마음.
그렇게 하루 이틀은 버텼지만, 이미 조금씩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오늘도. 버틸 수 있을까.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너까지 가면..."
예뻐서미안해가 두 눈에 슬픔을 가득 넣고 그렁그렁하니 말을 한다.
그럴 때면 그의 마음이 더욱 동동거린다.
-내 눈엔, 이렇게 못생겼기만 한데... 왜 사람들은 못 알아볼까.
"내가 꼭 너를 먼저 보내고 갈게. 걱정하지 마."
"치잇. 네가 무슨 수로. 너는 딱 봐도. 여기서 제일 못생겼잖아. 숨지만 않았어도 제일 먼저 선택받았을걸."
예뻐서미안해는 그의 말이 고마우면서도 못 믿을 말이라 내심 던져놓고 본다.
"방법이... 있을 거야."
둘의 대화를 곰곰이 듣던 할매복숭아가 느릿하게 말을 꺼낸다.
"이라면 어쩌까."
"네? 방법이 있어요? 저도 사람 손에 간택될 방법이 있을까요?"
예뻐서미안해가 급히 묻는다.
그런 그녀를 못생긴 얼굴로 지그시 바라보는 못생긴일등.
"내가, 오래 살다 보니 그래도 사람들이 쓰는 글자를 조금 아는데, 그걸 한번 써보면 어떨까."
"네, 네. 해주세요, 뭐든."
두 남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방법은 있다. 그 말이면 된다.
잠시 후,
할매복숭아는 트럭장수가 던져놓은 펜을 들어 조심스레 글자를 써나간다.
+나는 얼굴+
"이러면 어쩔꼬. 하이고, 오랜만에 힘썼더니 마, 힘이 드네."
할매복숭아가 펜을 놓으며 말한다.
"와, 사람들은 희한하게 얼굴은 이뻐야 한다며 목을 매니까. 이리 적으면 예뻐서미안해도 맛보다 예쁜 얼굴로 보고 가져가주지 않을꼬."
"흠."
조용히 보고 있던 못생긴일등이 놓인 펜을 다시 쥔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나는 아이 얼굴+
두 글자를 추가했다.
"예뻐서미안해와 함께면 예쁜 아이가 나와요!"
"좋아, 그럴듯해!"
예뻐서미안해의 활짝웃음을 본 못생긴일등은 오랜만에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그렇게 적은 팻말을 그녀의 앞에 살짝 올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트럭이 멈춰 서자,
'우와, 과일이야' 하며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배가 불록한 여자 한 명, 그리고 그 여자를 다정히 감싼 남자 한 명이 트럭 앞에 발길을 멈춘다.
"어머, 이것 좀 봐."
발그레 핑크빛 윤이 도는 예뻐서미안해 앞에서 그 둘은 환한 미소로 수줍게 두 손을 꼬옥 잡는다.
못생긴일등은 그 모습을 보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