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매일 얼굴을 보고 떠들고
회사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다니지만
아무도 서로의 진짜 모습은
알지 못하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굴러간다.
그렇게 일 년이, 수년이 흘러간다.
무심하게.
그러나 믿음이 자리잡지 못한 관계 속.
사람 대 사람은
결국 아주 사소한 빈 틈 하나에도
아주 쉽게 적이 될 수 있다.
먹거나.
먹히는 걸까.
아무도 믿지 못한다.
회사는
그런 곳이다.
알림
평소의 둔한 나였으면 눈으로 보고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알아도, 묻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이게 뭐야."
나는 휴대폰 화면에 떠있는 알림 문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새벽 12시가 넘은 시각에 카톡의 자동 로그인이 떠 있다.
자동 로그인을 설정해 놓은 그 컴퓨터는 바로,
회사에 있는 나의 노트북 이었다.
받은 메일함을 화면에 띄어놓은 채 휴대폰만 쳐다보느라 유나가 옆에 와있는 줄도 알지 못했다.
"차장님. 소시지 드실래요?"
"어? 어 고마워. 유나야 그런데. 혹시 어젯밤에 사무실 누가 왔었는지 알 수 있어?"
나는 그녀가 건넨 소시지를 뜯어 입 안 가득 밀어 넣으며 물었다.
"어제요? 왜요? 차장님?"
"어. 혹시 밤 10시 지나서 누가 왔었는지 확인 좀 해줘."
"그 시간에요? 차장님, 그런데 왜요?"
"아니, 그냥... 아 아니다. 지금 너 자리 가서 같이 보자."
나는 바로 일어나서 그녀의 자리로 앞장섰다.
-기분이 왜 이래.
유나는 마우스로 클릭을 하며 내게 다시 묻는다.
"그 밤에 누가 사무실을... 씁. 김대리 야근했나?"
-하긴. 혼자 업데이트된 건가... 어제... 내가 컴퓨터를 안 껐나?
"어? 진짜 왔었네. 어? 헉."
"누군데."
"김부장님이요. 밤 12시 1분. 뭐지? 뭐 놓고 가셨나?"
심장이 두근거린다.
김 부장과 나는 만 10년도 넘게 함께 얼굴을 보고 그의 결혼부터 출산까지 모두 지켜본 사이지만 완전히 말을 놓지도, 완전히 어색하지도, 완전히 가깝지도 않은. 아니, 정확히는 10년이 넘어도 알 수 없는 사이이다.
나는 여전히 그가 어렵다.
회사에서 딱히 무서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에게 유독 마음을 열지 못하는 까닭은,
늘 알 수 없는 경계심 그리고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부장님이 왜?"
"그러니깐요? 그런데 차장님은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컴퓨터... 누가 만진 거 같애."
"네? 차장님 컴퓨터? 안 끄고 가셨어요? 그런데 차장님 컴퓨터를 왜요? 뭐 볼 게 있다고?"
"내 말이."
왜 굳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내 컴퓨터를 손댄 걸까.
"아 맞다, 그런데 아침에 컵라면 다 먹은 거 두 개 있던데 탕비실에. 제가 오늘 제일 먼저 왔거든요. 어? 그럼 두 명이었나?"
"두 명? 누구?"
"그러게요... 누구지. 김차장님 일리는 없고. 집 엄청 머시잖아요."
"흠..."
"우연인가? 야근하면서 누가 먹은 건가"
주변에 퍼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춰 떠드는 사이 멀찌감치 떨어진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김부장.
태수. 아, 김대리
두 사람이 함께 사무실로 걸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