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이 작품은 실제 사건들을 참고해 만들어졌지만, 인물과 장소, 사건의 구체적인 전개는 모두 허구입니다. 현실의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내용의 현실감을 위해 변호사의 감수를 받으며 집필하고 있습니다.
작품에는 성범죄 및 폭력적인 장면, 성인 대상의 묘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이용에 참고해 주세요.
노량진의 밤은 언제나 길거리 컵밥의 자극적인 소스 냄새와 수험생들의 눅눅한 절망 또는 희망으로 찌들어 있다.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이 끝난 당일, 후미진 골목에 자리 잡은 허름한 실내 포장마차 구석 자리에서 민수는 연거푸 소주잔을 털어 넣었다. 맞은편에 앉은 동기 태영의 시선은 불판 위의 안주가 아니라, 대각선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야, 민수야. 저기 대각선 테이블 하얀 가디건 입은 여자 봤냐? 와, 얼굴 조막만 한 거 봐라. 진짜 내 이상형이다."
태영이 침을 꼴깍 삼키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민수는 힐끗 눈길을 주더니 이내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보지 마라. 눈 마주치면 불쾌하다고 자리 피할라. 괜히 경찰 부르게 만들지 말고 술이나 마셔."
"아씨, 오늘 드디어 지긋지긋한 시험도 끝났는데 용기 내서 합석 한 번 물어볼까? 가서 번따라도 해보자."
"지랄하네. 숟가락에 비친 네 얼굴이나 한 번 봐라. 며칠 안 감아서 떡진 머리에, 목 늘어난 후드티 입고 무슨 합석이야. 저쪽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선 강간이라고 할걸? 까이고 만신창이 되기 싫으면 찌질하게 굴지 말고 닥쳐. 그러다 시험 합격 여부랑 상관없이 국가가 주는 콩밥 먹게 된다."
민수의 뼈 때리는 일침에 태영은 입맛을 쩝 다시며 소주잔을 집어 들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여자들에게 말을 붙일 용기 따위는 4평짜리 고시원 방구석에 처박아둔 지 오래였다.
"하아, 씨발. 진짜 너무 외롭다. 3년 동안 책만 파고 살았더니, 내 소중이는 오줌 쌀 때 빼고는 기능할 일이 없어. 핸드폰에 여자 이름이라곤 우리 엄마랑 스팸 문자밖에 없다고. 여자 손 잡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태영의 한탄에 민수도 쓰린 속을 달래며 빈 잔에 술을 채웠다. 청춘의 가장 뜨거운 시기를 억눌러야만 했던 고통이 두 남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민수가 쓰디쓴 소주를 삼키며 말했다.
"그래도 일단 오늘로 끝났잖아. 결과야 어찌 됐든 당분간 이 지긋지긋한 수험서 안 봐도 되니까 살 것 같다."
"그러게 말이다. 오늘은 그냥 죽자. 야, 근데 우리 진짜 저 테이블 가서 말 한 번 걸어볼까?"
"아, 돌았냐? 그만하라고."
민수가 정색하자, 태영이 아쉬운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 위로 쓱 밀었다.
"알았다, 알았어. 옆 테이블 여자는 못 꼬셔도, 내가 오늘 너 시험 끝난 기념으로 진짜 기가 막힌 선물 하나 준다."
"선물? 또 이상한 불법 도박 사이트나 그런 거면 치워라."
"아니, 이 새끼야. 진짜 죽여주는 동영상 사이트야. 흔해 빠진 일본 야동 말고, 퀄리티 쩌는 리얼한 것들 싹 다 모아놓은 은밀한 곳이라고. 내가 링크 하나 카톡으로 쏴줄 테니까, 오늘 방에 가서 그거나 보면서 그동안 쌓인 거 위로나 좀 해라. 형이 주는 위로다."
민수는 실없는 소리 말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주머니 속에서 짧게 울린 카톡 알림음에 묘한 호기심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밤 11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고시원에 돌아온 민수는 불도 켜지 않은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퀴퀴한 홀아비 냄새와 벽지에 핀 곰팡이가 그를 반겼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이 알코올과 섞여 온몸의 혈관을 팽창시키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억눌러왔던 원초적인 욕정이 고개를 쳐들었다. 술집에서 곁눈질로 훔쳐보던 하얀 가디건 여자의 잔상이 짙게 아른거렸다. 조막만 한 얼굴에 지적으로 보이는 얇은 은테 안경을 얹고 있었지만, 안경 너머로 나른하게 풀린 눈빛은 묘하게 관능적이었다. 헐렁한 하얀 가디건이 어깨 아래로 살짝 흘러내릴 때마다 드러나던 매끄러운 쇄골과, 그 아래 얇은 실크 나시티 위로 팽팽하게 당겨진 가슴선이 눈앞에 선명했다. 차분하고 단아한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 묘하게 숨겨진 짙은 색기. 붉은 입술을 축이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고시촌 여학생 특유의 화장기 없는 수수한 민낯. 그리고 대충 틀어 올린 똥머리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카락 한 가닥이 야릇한 목선을 간지럽히던 모습이 떠오르자 아랫도리에 확 피가 몰렸다. 하지만 민수는 이내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어설프게 여자한테 들이대다 무슨 사고라도 치면 어떡해. 이제 번듯한 공무원이 될 텐데, 공무원은 품위 유지니 뭐니 해서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지. 괜히 구설수에 휘말리거나 성추행 같은 걸로 엮이면 3년 동안 뼈 빠지게 고생한 내 인생은 합격증 만져보기도 전에 끝이다. 차라리 방구석에서 조용히 영상이나 보면서 혼자 해결하는 게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길이지.'
합리화는 순식간에 끝났다. 아랫도리가 묵직해진 그는 홀린 듯이 노트북 전원을 켜고 태영이 보내준 링크를 클릭했다.
화면을 내리던 민수의 시선이 한 게시물에 멈췄다. [레전드 성인물 & 특별 유출 영상 3종 세트 특가 - 10,000원]. 민수는 기대반 설램 반 떨리는 손으로 만 원을 결제했다.
다운로드가 완료된 압축 파일을 풀자 세 개의 영상 파일이 나타났다. 민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귀에 이어폰을 꽂고 첫 번째 영상을 무심코 재생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화질은 심하게 깨져 있었고, 영상 속 여자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이상한 자세를 강요받고 있었다. 쾌락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협박에 의해 억지로 찍힌 듯한 기괴하고 불편한 착취 영상이었다. 여자의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고막을 찔렀다.
"뭐야, 씨발. 존나 기분 더럽네."
민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생된 지 채 1분도 되지 않은 첫 번째 영상을 꺼버렸다. 변태적인 취향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두 번째 영상을 클릭했다.
이번엔 달랐다. 화려한 조명 아래, 매끈한 몸매의 남녀가 끈적하게 얽혀 있는 전형적인 웰메이드 성인 영화였다. 불법적인 몰래카메라도, 가학적인 착취물도 아닌, 서로의 동의하에 쾌락에 집중하는 리얼하고 농염한 성인물이었다. 화면 속 여자가 요염한 눈빛으로 신음을 내뱉기 시작하자, 민수의 호흡도 점차 가빠졌다.
"하아... 이거지. 미치겠네..."
화면 속 여자의 하얀 살결이 남자의 손길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끈적한 마찰음이 귓가를 때리자 민수의 하반신은 이미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는 다급하게 바지 버튼을 풀고 자신의 뜨거운 것을 움켜쥐었다. 화면 속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 민수의 손놀림도 점차 빨라졌다. 영상 속 여자가 고개를 젖히며 애달픈 교성을 내지를 때마다, 민수의 이성은 알코올과 쾌락 속에 완전히 녹아내렸다. 마치 술집에서 차마 쳐다보지도 못했던 그 여자들을 자신의 품에 안고 있는 듯한 짜릿한 착각이 밀려왔다.
"하아..."
모니터 속 얽힌 육체들이 절정을 향해 치달을 무렵, 민수 역시 참을 수 없는 쾌감에 몸을 떨며 거친 파정의 순간을 맞이했다. 탁한 액체가 휴지 위로 뜨겁게 흩뿌려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로 기댄 민수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끈적한 쾌락 뒤에 밀려오는 것은 언제나 지독한 허무함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기나긴 수험 생활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은, 달콤한 위로의 시간이었다.
감수 : 경찰간부 출신 마성의 변호
김판수 변호사
( youtube.com/@policelawyer_p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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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전문 변호사〉가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요청에 힘입어 주 1회에서 주 2회 연재로 확대됩니다. 기존 일요일 연재에서 변경되어,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 토요일 오후 7시에 찾아뵙겠습니다. 더 촘촘하고 밀도 있는 이야기로 보답하겠습니다. 늘 관심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