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비
이번 PKM 갤러리에서는 故 유영국 화백의 회고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를 2024년 8월 21일부터 10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유영국은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로, 한국의 자연과 서양의 추상 미술을 접목하여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자연을 통해 예술과 삶의 본질을 통찰했다. 그 후,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내면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선명한 색과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한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중용’이다. ‘중용 Golden mean’이란 끊임없는 훈련과 절제를 통해 양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상태를 뜻한다. 유영국은 시대적 격변기를 거치며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단단한 내면과 품위의 미학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 산은 웅장한 동시에 평온하며, 정적이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는 인생의 유동성과 불변함을 보여준다. 또한 숲의 무성하면서도 질서 있는 형태는 복잡함 속에 조화를 갖춘 인간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대상의 각 특성이 개별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도 융합을 이루는 양상으로 화면 속에 나타난다. 철저하게 계산된 기하학적 구조에서 자연을 견고히 담았으며, 유기적인 형태와 강렬한 붓 터치로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표현했다. 화려한 동시에 깊이 있고 우아한 그의 색상은 중도의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이 전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있다. 현재 우리는 내면의 중용을 잃어버렸다. 개개인의 특성을 생각하기보다 사회 구조에 동화되며 살아가고, 작은 논란에도 크게 휩쓸리어 쉽게 남을 헐뜯는다. 최근 들어 느낀 현 사회 풍조이다. 우리는 중용을 되찾아야 한다. 유영국 작가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중용은 현재 삶의 비워진 부분을 깨닫게 하고 다시금 채워준다. 그것이 이번 전시가 가지는 의의이다. 직접 그의 작품을 보면, 꾹꾹 눌러 그린 물감의 두께만큼 내면 수양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웅장 한 동시에 평온한 유영국의 자연을 닮아가는 우리가 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