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아
신미경 작가의 개인전 ⟪Chronicles of Collapse⟫는 비누라는 평범하지만 변화무쌍한 재료를 활용해 시간의 흐름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비누 조각들의 서로 다른 형태와 마모 상태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붕괴의 연대기'라는 주제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비누라는 소재를 활용해 메시지를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누는 시간이 지날수록 형태가 변하고 마모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비누의 성질이 작품에 담긴 붕괴와 변화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평범한 재료를 예술적 매체로 전환시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작가의 비누 조각들은 눈맞춤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작품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관람객 스스로 작품을 통해 내면의 성찰을 이끌어내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로 다가온다. 우리는 작품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나가게 된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비누 조각들은 제각기 다른 형태와 마모 상태를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어떤 조각은 날카롭고 선명한 모서리를 지녔지만, 어떤 것은 표면이 매끄럽게 마모되어 있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마모 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누 조각들이 변형되고 부서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시간의 무정함과 모든 것의 필연적 붕괴를 나타낸다.
작품 전체에 스며든 시간성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비누 조각의 형태가 변화하고 소멸해 가는 모습은 삶과 사회 전반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상징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과거를 반추하며 미래를 내다보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엇인가를 잃기도 한다. 비누 조각의 형태 변화는 이러한 삶의 과정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세계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면, 신미경 작가는 시간성과 변화, 붕괴라는 주제를 비누 조각을 통해 형상화하고, 작품은 우리에게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과거를 반추하며 미래를 내다볼 것을 권유한다. 또한 작품은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보다는 관람객 개인의 내면 성찰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이런 독특한 소재와 표현 방식을 통해 사회와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