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현
일민 미술관에서 열린 IMA Picks 전시에는 김민애, 백현진, 차채민 작가가 참여한다.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전시는 3층에 김민애 작가의 전시다. 이 작가는 창작자와 관객이 경험하는 공간의 의미를 묻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조각과 설치를 통해 미술 그 자체를 드러낸다. 전시실을 가변적인 틀로 받아들여 물리적 조건이 어떤 맥락을 만드는지 관찰함으로써 작업이 완성된다. 이때 작가가 보는 것은 미술의 규범일 뿐 아니라 현실의 규범이기도 하다. 작가는 미술과 현실 두 질서에 속박된 채 자신이 본 것을 전시 내부로 불러들이는 존재다. 작가의 작품이 놓인 미술관 3층에서는 광화문 광장이 보인다. 광장은 시대의 변천을 증명하는 장소인 동시에 열기와 흔적을 빠르게 소거해 다양성을 포용하는 역설의 공간이다. ⟪화이트 서커스⟫는 광장을 조망하는 시선을 이용해 광화문 풍경을 불완전한 기호로 전시실에 소환한다. 서커스에 입장한 관객은 인간과 동물이 타고난 한계를 초월하는 것을 바라보며 고양을 경험한다.
이 지점에서 미술관은 누구의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서커스의 관람자 위치를 하고 있는 관객은 권위자인 것일까? 최근 현대미술은 약자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 미술관이 권위주의적이라는 역설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새⟩는 정글짐처럼 생긴 철조망에 커다란 새 조형물이 들어가 있다. 작품 보호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데도 관객은 정글짐 위로 갈 수도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도 없다. 또한 철조망에 걸려있는 새를 구출해 줄 수도 없다. 전시 설명을 읽었을 때는 권위자의 위치라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서 그 자리는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위치라고 느껴진다. 전시를 볼 때 재밌게 느꼈던 것은 작가가 숨겨놓은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작가가 다음번 다른 전시장에서 어떻게 전시를 할지 기대가 된다. 자칫 잘못하면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작가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