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어느 곳에

송은빛

by 마실 MaSill

AD_4nXfPlo-TNrkS08MoWzsketaOe7sz5G6UPhqrKkB-qUgDRq0rzqenmkGtHgGKoGqE2wHHp-yMIlwq0X-ay5h-HskHWn4UGV8KpPLpnKrMf8twww9oWLy4jhqilMdVC7mfjNFaLO7bgUKMy-RCpUhToWA?key=fUdq9q9onYnh1yStfDxxhbtb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전시 전경

공간에 대한 인식은 물리적 위치 파악을 넘어 특정 환경 또는 맥락 안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고유한 위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성을 상기시키고, 이해하게 된다. 어떤 공간인가? – 가 선행되어야 그 공간 안에 존재하는 나는 누구인가, 어떠한 관계를 맺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김성환은 이러한 공간 선행 이후의 작품과 전시장을 통해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특유의 공간 연출을 통해 관람객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다양한 층위에서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화이트 큐브에서 조금은 변형된 공간처럼 보이는 바닥재와 색이 들어간 가벽, 도통 알 수 없는 관람 동선 등을 통한 구성은 새로운 환경을 제시하고 그 낯섦 속에서 다양한 요소들로 하여금 김성환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룸 1 곳곳에 배치된 김성환의 아카이브 자료에서는 김성환의 단일하지 않은 층위의 구성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영어와 한글로 제시된 텍스트 쇼케이스 안쪽 하얀 종이에 프린팅 된 영문 텍스트는 쇼케이스의 바닥 면에 부착되어있지만, 한글은 투명 필름에 프린팅 되어 쇼케이스 겉면에 얹혀 있다. 이는 김성환이 가진 이민자의 삶을 나누어진 층위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제대로 기록된 적 없는 이민자들의 삶을 고정된 틀에 위치시키며 역사적 서술을 확고히 하고자 한 김성환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룸 1의 벽면에는 다양한 단어들이 거꾸로 붙여져 있다. 하와이어의 ‘되돌린다’라는 뜻을 가진 ‘훌리’라는 단어를 뒤집어 배치하며 단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었다. 이 벽면과 마주 보는 반대편 벽면에는 김성환의 드로잉으로 보이는 태극기가 있는데, 하와이어인 ‘훌리’는 스티커를 이용해 전시장 벽면에 부착했지만, 태극기는 전시장 벽면에 중간자의 역할을 모두 삭제하고 흑연을 구불구불한 벽 표면에 새기듯 그려냈다. 다른 단어들과는 다르게 한국의 국기만이 벽면에 새겨져 있다는 점을 통해 이민자들의 본질적인 위치를 고민해 보게 한다.


룸 2에서는 두드러지는 연극적인 설정과 예측 불가능한 오브제의 배치가 해석의 틀을 깨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여러 작품이 한 시야에 함께 들어오는 구성은 김성환이 하와이에 살면서도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떠올리고 고민하는 동시다발적인 생각, 하와이와 한국 두 공간을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리는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시장 바닥을 가로지르는 사선은 한 작품에서부터 비어 있는 공간을 향해 뻗어가며 연극 무대의 스포트라이트 혹은 전시장 동선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룸3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하나의 작품에서 뻗어 나가는 사선은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작품과의 유기적인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연극 무대 같은 느낌을 전달하며 이 공간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독특하고 실험적인 공간 연출이 아닌 스스로의 위치를 인식하고, 그 위치에서 작가 자신의 다층적인 세계를 공감하도록 이끌었다. 각 공간의 낯설고 독특한 요소들을 통한 연출은 관람의 경험을 넘는 다의적 해석을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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