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nal’ 그 자체의 경험

권가현

by 마실 MaSill

‘Liminal’ 자체의 경험을 선사하는 피에르 위그의 《리미널(Liminal)》


리미널 (Liminal)

2024 – 현재

실시간 시뮬레이션, 사운드, 센서

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에스더 쉬퍼, 타로 나수, 안나 레나 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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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리미널 (Liminal), 2024 – 현재, 실시간 시뮬레이션, 사운드, 센서
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에스더 쉬퍼, 타로 나수, 안나 레나 필름 제공


서울 용산구 리움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리미널(Liminal)》 전시에 다녀왔다. 전시 기간은 2025.2.27 – 7.6까지이고 3월 중순과 말에 두 번 방문하였다. 세계적인 작가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라는 전시 홍보 글을 많이 접했기에 기대를 안고 갔다. 피에르 위그는 설치 미술, 영상, 퍼포먼스,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프랑스의 현대미술가이다.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생명체나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작품을 주로 제작한다. 이번 전시도 모두 인공지능(AI), 생명체, 센서 기술 등을 활용한 영상 또는 조형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장은 블랙박스 및 그라운드갤러리로 나뉘어 두 층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처음 들어간 블랙박스 전시장은 무척 어두웠다. 어디까지가 전시장의 끝이고 작품에 얼마큼 다가가도 되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시각이 어느 정도 제한되어 약간의 긴장이 있었지만, 덕분에 감각들이 자연스레 예민해진 상태에서 전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음향이 풍부한 영상 작품, 향이 나는 작품, 은근한 빛을 내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감각이 살아나는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이 전시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이 작품들은 도대체 왜 만든 것인지, 전시가 단순히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작품의 규모나 감각적인 측면에서 압도되는 게 컸고, 현실과 동떨어진 작가가 창조한 생태계이다 보니 낯설고 기이하게도 느껴져 어떤 의미가 있다곤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작가와 작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거나 작품 설명을 제대로 읽은 게 아니라면 현장에서 깊은 사유를 하기엔 쉽지 않다 느껴졌다. 오히려 후에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전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더 많았다.

전시문을 읽어보면 ‘비인간’적 존재에 대해 강조함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작품들에 많은 생명체가 등장하지만 제대로 된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 비인간적 존재들이다. 이 점에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여 작가의 작품 철학과 전시의 의미까지 찾게 되었다. 영상 작업에는 인간의 형상을 한 비인간적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리미널〉의 얼굴이 없는 나체인 여성, 〈휴먼 마스크〉의 여성의 옷을 입고 탈을 쓴 원숭이, 〈이디엄〉에서의 음성이 나오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전시장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있다. 모두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모두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얼굴 없는 나체의 여성은 무한한 평평한 대지를 사람처럼 걸으며 이동한다. 얼굴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겉보기엔 완전히 인간의 모습이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기이한 행동은 예측 불가능하며 마치 벌레나 동물을 보는 것 같았다. 여자 사람의 행색을 한 원숭이도 외형은 사람처럼 꾸몄을지라도 실체는 그저 동물이다. 실제로 영상 속에서 원숭이는 동물적인 움직임을 그대로 보였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가면을 쓴 사람들도 분명 실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방향성 없이 전시장을 오가는 행동이나 가면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음성은 마치 인간이 아닌 다른 세계의 존재인 것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이러한 작품들 속 비인간적 존재들에게서 본능을 느꼈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반응 보이는 예측 불가한 행위들은 본능에 의하고 그것은 곧 감각하는 것과도 연결된다고 여겼다. 감각을 예민하게 반응시키는 공간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 역시 감각하는 행위의 일종이고, 동시에 작품에서 보이는 장면들도 '감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니 이 전시의 주제는 ‘감각’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또 사람이 많을 때에 방문하면 거의 모든 작품 앞에 관람객들이 오랜 시간 앉거나 서서 멍한 표정으로 홀린 듯이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전시와 관람객이 하나 되는 순간으로 볼 수 있다.

피에르 위그의 작품은 모두 외부에서 오는 자극과 물리적인 환경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계속해서 변화한다. 외부 자극은 전시 환경의 변화, 그 공간 속 사람들의 영향을 이른다. 그렇기에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전시장과 전시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고 영원히 펼쳐지는 현재, 미래와 끝없이 작용하는 미술작품인 것이다. 이는 새로운 예술적 체험이자 영감이 되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충격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 변화에 따른 감각적인 경험 자체가 전시의 의미이지 않을까. 이번 《리미널(Liminal)》전은 전시 제목 그대로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뜻하는 “리미널”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이 되는 전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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