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은
초월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
세계 너머의 빛을 보다
이번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힐마 아프 클린트의 전시는, 그녀의 초기 드로잉부터 생애 전반에 걸친 회화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화 감상을 넘어, 미술사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가 차지하는 독자적 지위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이기도 했다.
전시는 자연주의적이고 인상주의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초기 드로잉에서 출발한다. 꽃잎, 나뭇가지, 동물, 인간의 얼굴에 이르기까지 생명력 넘치는 선과 색채는, 그녀가 자연을 깊이 관찰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세밀한 감각적 훈련은 이후 기하학적이고 상징적인 추상화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1906년경부터 힐마 아프 클린트는 추상적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는 칸딘스키나 몬드리안 등 유럽 현대 추상화의 선구자들보다도 이른 시기로, 그녀의 작업은 후기 인상주의, 상징주의와는 다른 독자적 방향성을 보인다. 특히 신지학, 영매술, 과학적 사고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회화가 단순한 형식 실험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질서를 탐구하는 데 집중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전시가 전개될수록 그녀의 선들은 점점 더 기하학적이고 체계적인 구성을 띠었다. 꽃과 나비, 나선형 도형, 대칭적 구조들은 마치 우주의 원리를 도식화한 듯한 인상을 주었고, 빈티지한 색채와 반복되는 기하학무늬들은 독립된 시각 언어를 형성했다. 전시장 곳곳에 전시된 수많은 연구 노트와 도식들은 힐마 아프 클린트가 직관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과 사유, 반복적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의 작업은 일관되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주제로 삼았다. 죽음 이후의 세계, 영혼의 진화, 생명의 구조, 여성성과 우주의 에너지 등은 그녀의 상징적 언어를 통해 시각화되었으며, 이 작품들은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가 아니라 감각 너머를 두드리는 하나의 정신적 지도로 다가왔다.
이번 전시는 매우 뜻깊었다. 힐마 아프 클린트가 생전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었고 그 이유는 그녀의 예술이 동시대의 미술 담론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초월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녀가 열어젖힌 선구적인 세계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현재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힐마 아프 클린트를 단순한 '추상화의 선구자'로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일관된 탐구를 지속했던 존재로, 그 독창성과 시대를 초월한 통찰은 오늘날에도 강력한 울림을 지닌다. 이 전시는 과거를 조명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세계를 더 깊고 넓게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정신적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