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세계적인 동시대 작가

정민희

by 마실 MaSill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세계적인 동시대 작가, 피에르 위그:⟪리미널(Liminal)⟫


2025년 2월 말부터 올여름 길게 이어질 장마 시즌까지, 리움에서는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의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와 협엽해 제작을 지원한 이번 전시는, 피에르 위그의 지난 10여 년의 예술적 탐구를 새롭게 조명한다. 전시는 2024년 제작된 신작 ⟨리미널⟩, ⟨카마타⟩, ⟨이디엄⟩과 대표작 ⟨휴먼마스크⟩(2014), ⟨오프스프링⟩(2018), 수족관 시리즈 등 총 12점의 작품으로 구성되며, 작품들은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프로그램과 생명공학을 결합하여,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 관계가 생성하는 감각적이고 낯선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리미널’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말한다. 불가능하거나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것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지, 전시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주체성은 어떻게 세상에 존속될 수 있는지, 인간과 비인간의 의존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전시는 불확실성에 기인한 비가시적 상태를 시각화하고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적 환경을 제안하며, 서로 구분되는 시간과 공간이 포개지거나 분리되면서 그 의미가 진화한다.


빛 한줄기 들지 않는 전시장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명체들이 진화하는 세계 그 자체였다. 이곳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세계’이며, 이 장소 속에서 존재들은 지속적으로 배우고 진화하며 복합적이고 새로운 환경을 형성한다. ‘인간의 존재’라는 것은 철학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요구하는 고차원의 탐구 영역이지만, 적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소한 토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에르 위그가 다루는 ‘인간의 존재’는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인 측면이 있어 다소 어렵게 다가왔다.


피에르 위그의 작업은 동시대 미술 중에서도 난해하기로 손꼽혀 왔는데, 이번 전시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간과 비인간이 공생하며 의존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에 따라 생성되는 낯선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개체로 도달하는지 상상하고 질문하며 전시를 관람했지만, 관람을 끝낸 시점에서 내 표정은 마침내 환해진 전시장 밖 공간만치 밝지 못했다.


그의 작업에서는 현실에서 모방한 것들을 학습하여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생물학적이거나 인공적인 주관성이 서식하는 세계에 대한 여러 형태가 제시된다. 작업의 내재적 요소가 전달하는 비선형적인 낯섦과 새로움에 견주어, 작품의 외재적 요소들, 즉 작업의 최종 형태의 표현 방식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에 비해, 전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전반적인 작업의 형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들이라 ‘작업의 최종 전시 형태도 조금은 혁신적이었다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전시장에서는 황금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볼 수 있었는데, 2024년에 리움에서 진행됐던, 필립 파레노 작가의 ⟪보이스(Voice)⟫가 떠올랐다. 전시에 있어서 움직이는 사람이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는 것은 여전히 흥미로운 전시 관람 포인트였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흥미롭기보단 의문을 자아내는 전시 관람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적응이 필요할 정도의 암흑이 빽빽했던 전시장은 일상과의 분리를 완벽히 이루었고, 그저 인공적인 작업 사이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전시장의 암흑 공간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익숙해져 적응할 수 있었는데, 전시 관람의 일련이었던 이 과정이 어쩌면 피에르 위그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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