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현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인의 예술 재단 마드리드의 ‘TBA21 티센보르네미사 아트 컨템포러리’가 함께 하는 전시로 스페인의 큐레이터 추스 마르티네스(Chus Martinez)가 기획하였고, 스페인 현대미술 작가 10명이 전시에 참여했다. 한국과 스페인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각국의 사회·역사·문화적 모습을 돌아보며, 도시 생활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연 속 생명의 재생과 공존, 비인간과 인간의 연대 회복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리플렛에 쓰인 전시와 작품 설명은 전시의 의미가 잘 담겨있고 사색하게 만드는 구절들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전시 제목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전시 제목은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이다. 이는 티베트의 수행자 닥포 타시 남걀(Dakpo Tashi Namgyal)의 명사서 『자성의 본래성을 밝히다(Clarifying the Natural State)』에 나오는 한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으며, 변하지 않는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듯 문화를 인식해야 하는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학자 팀 잉골드의 저서 『실재를 상상하기』에서 나온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형상은 세상이 아니라 마음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문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것이다.”라는 구절도 인용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자연 속에 또 한편으로는 문화 속에 있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자연과 문화를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를 발견하고 의미를 갖게 하는 듯하다. 이 부분을 기점으로 리플렛을 상세히 읽으며 전시를 다시금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 리플렛의 설명만 읽어보면 굉장히 의미 있고 좋은 전시로 느껴진다. 그러나 리플렛이 아닌 전시에서는 아쉬운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제공된 리플렛은 실물로 인쇄된 종이가 아니라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만 볼 수 있는 전자 리플렛이었다. 글자를 제대로 읽으려면 가만히 선 채로 화면을 집중해서 읽어야만 깊은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벽에 전시 설명이 있었으나 작품 설명은 없었고 길이도 꽤 길었다. 제대로 읽으려면 시간이 넉넉히 필요한데 전시를 정성껏 감상하는 사람이라면 감수하고 읽어보겠지만 대부분의 관람객은 그리 정성을 들여 전시를 관람하지 않는다. 심지어 겉보기에 난해한 작품들도 많아서 벽에 쓰인 전시 설명은 전시의 주제만 전하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작품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의문만 생기고 별 관심 없이 적당히 둘러보고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적으로도 크게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왠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이 조용한 느낌을 주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단순한 작품 감상은 재미가 없었다. 게다가 참여 작가 수가 많다 보니 이런 정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전시장에 가득 설치되어 있는데, 분명 정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보는 것인데도 전시장을 거니는데 왜인지 산만하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작품이 규모가 큰데 배치 간격이 넓지 않고 동선이 불규칙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제 관람하는 동안 전시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고 전시가 지루하게 다가왔다. 만약 작품들 사이 간격이 더 넓었다면 정적인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 오히려 작품에 집중하게 만들어 더 잘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작품들도 모두 설명을 읽었을 때 담긴 메시지는 좋으나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 방식과 연출이 너무 난해한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물론 작가만의 뜻이 있겠지만 관람객에게 과하게 해석을 요구하는 작품보다는 좀 더 메시지가 잘 드러나 사람들에게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다면 더 인상적인 전시가 됐을 것이다.
처음에는 전자 리플렛의 설명을 간단히 읽고 별 감흥 없이 전시를 감상했다. 자연, 문화, 생명 등 지구적인 문제를 다루는 어쩌면 뻔한 전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 전시 감상을 정리하면서 전시 리플렛을 제대로 다시 읽으면서 전시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고, 여러모로 더욱 아쉬움이 짙게 남는 전시였다. 좋은 글과 함께 공간으로 제공되는 전시가 화합을 이뤘다면 분명 더 좋은 전시가 됐을 것이다. 전시의 제목처럼 ‘맑고 투명하고 깨어있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라는 존재에 의미를 새기는 시간을 가지며 편안히 전시를 감상하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