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비
대학 교양 강의를 듣는 학교 건물 창 밖의 옆 건물에 언젠가부터 인가 공사장 천막이 쳐졌다. 거대한 건물을 감싸는 비계는 순신 간에 만들어져 있었다. 그 천막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미 수없이 많은 건물이 줄 지은 도시의 거리에서도, 순식간에 건물은 소멸되고 다시 생성된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건물의 붕괴와 소멸, 생성과 건립은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들었다. 공사 중인 건물은 푸른색 천과 철제 가설 울타리로 둘러싸여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거대하지만 은밀하게, 뚜렷하지만 아득하게 존재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특별전 《스토리지 스토리》에서 정지현 작가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건축 현장을 촬영하여 3D공간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지현의 《Cast Capture_SD 01_2421》에서는 건축 과정과 동일하게 굴착부터 시작하여 옥상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하이 앵글 카메라 시선으로 등장한다. 디지털화 한 내부 기둥이나 비계와 같은 건축 요소가 한 레이어씩 쌓아 올라가며 수직적 공간을 형성한다. 우리는 공사 진행에 의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차단되어 있던 울타리를 넘어서 그것들에 눈길을 주게 된다. 화면 속 건물은 차갑고 단단한 철제 구조이지만, 그 속에 느껴지는 공간의 깊이와 우리의 시선은 그것을 외롭지 않게 한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듯 갑자기 나타났다가 어느새 완성되는 건물을 작가는 하나하나 곱씹어보았다. 우리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고이 간직해 두는 은밀함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도 천막과 울타리에 가려져 있을지도 모르니까.
《스토리지 스토리 Storage Story⟫
서울시립사진미술관 개관 특별전
2025. 05. 29. - 2025. 10. 12.
서울시립사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