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가 따로 있네

세뱃돈과 선물

by 이혜원

설날이다. 동네 어귀에 차들이 꽉 차고 집집마다 차가 늘었다. 입구에 있는 혼자 사는 왕언니집에는 중년의 아들 두 사람이 바깥의 솥에 불을 때는데 수육을 삶는 모양이다. 맛나겠다.


지난 토요일에 알콩이달콩이가 세배를 드린다며 때때옷을 입었다. 금요일 유치원에 갈 때도 예쁜 한복차림으로 가서 세배를 드렸단다. 원장선생님이 주신 세뱃돈이라며 봉투를 가져왔는데 안에 신권으로 천 원짜리 두 개가 들었다.


달콩이가 천 원짜리를 주셨다고 하니 이쁜 아이가 원장선생님이 참 많이 주셨어~ 너네 반에 친구들이 얼마나 많니~ 다른 반도 여럿인데 많은 아이들에게 2천 원씩 다 주셨으니 원장선생님이 엄청난 돈을 쓰셨구나~ 한다. 그래? 셈이 빠른 달콩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콩이달콩이의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주었더니 봉투를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한다. 와아~ 5만 원짜리와 만 원짜리가 들어있어~ 세뱃돈 봉투를 곧바로 열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야~ 이쁜 아이가 한마디 해 준다. 웃었다.


똘똘이와 이쁜 아이의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주었더니 우리는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한다. 세뱃돈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한 때이다. 이쁜 아이가 두 개의 봉투를 화가와 작가에게 건네서 기쁘게 받았다.


금일봉 봉투 한 개를 주었을 때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분율로 밀당을 했더랬다. 작가가 많이 가지고 화가는 적게 가졌는데 봉투 두 개가 되니 밀당하는 재미가 줄었다. 화가가 자신이 받은 금일봉에서 5만 원권 하나만 가지고 나머지는 작가가 가지란다.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신난다.


설연휴로 수영장에 가지 못하니 화가가 함께 함안의 목욕탕으로 가자고 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갔더니 요금소에서 통행료 0원이 결제되었습니다~라는 기계음이 들렸다. 15일부터 18일까지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는단다. 명절 기분이 난다.


사형부부가 설날을 앞두고 떡국을 만들어 대접하겠단다. 아내 되는 권사가 음식솜씨가 좋아서 가끔씩 별관에서 요리를 해 주곤 하는데 양념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오기에 대추차만 끓여놓으면 된다.


12시 30분까지 도착하겠다고 시간약속을 했는데 고속도로 중간에서 차가 밀린다는 연락이 왔다. 1시가 다 되어 황급히 짐을 들고 별관으로 직행하더니 곧바로 떡국 끓이기를 시작하여 뚝딱 만들었다. 김장김치는 성의가 없어 보여서 아침에 생김치를 만들었단다. 뭐든지 참 쉽다. 신기하다.


떡국을 먹고 나서 대추차를 내었더니 감탄을 한다. 이른 아침부터 대추를 듬뿍 넣고 뭉근하게 달여낸 대추차가 참 맛나다. 냉장고에 아껴두었던 사과도 아삭아삭 달콤하다. 화가가 벽난로 불을 피우고 군고구마를 만들어서 먹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해 질 녘에 사형부부를 배웅하며 화가가 언제 또 이렇게 해 줄 것이냐고 물었더니 따뜻한 봄날, 늦봄에 해 드리겠습니다~한다. 뜰의 홍매화 곁을 지나며 꽃이 활짝 피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더랬다. 홍매화 꽃이 피고 있다. 봄이 문턱에 왔다.


사형부부가 오면 달걀을 거둘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목욕을 다녀오자마자 닭장에 갔더니 앞집 과수원에 여러 사람이 거름을 내고 있는데 남사장의 음성이 들렸다. 퇴원하셨네요~ 네! 목발 하나를 짚고 서서 처남과 아들과 아내에게 작업지시를 하고 있는 남사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닭장에서 알을 거두고 먹이를 주는 동안 화가가 남사장과 한참 동안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작가는 짧게 인사를 하고 나면 할 말이 없는데 화가는 대화를 참 잘 이끈다. 정겹게 오가는 얘기를 들으며 웃었다.


두 번째 닭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닭을 보러 온 손님을 맞았다. 빨간 집 언니의 손자가 어머니와 함께 닭을 구경하러 와서 비닐구멍으로 닭장 안을 본다. 문을 열면 안 돼. 안으로 들어가면 닭이 놀라니까 안돼. 아들을 따라다니며 어머니가 안내를 한다. 웃었다.


늦게 자라는 아이가 닭을 좋아해서 혼자 구경 와서 닭장 문을 열어버리는 바람에 칠면조와 닭들이 바깥으로 떠돌았다. 금계 두 마리가 날아가 버리고 나서는 빨간 집 언니에게 손자가 혼자서 닭장 구경을 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했더랬다.


이쁜 닭이 낳은 작은 달걀 네 알을 선물했더니 곁에 있던 어머니가 대신 받았다. 커다란 덩치의 아이가 달걀을 받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정말 느리게 자란다.


뒷닭장까지 알을 거두고 일을 마무리하려는데 아이의 어머니가 다시 왔다. 청계 달걀을 좀 사고 싶단다. 웃으며 달걀을 팔지 않는다고 답하며 겨울이어서 닭이 알을 적게 낳는데 집을 비웠다가 5일 만에 알을 거두었다고 덧붙였다. 알통에 담긴 달걀을 보고 매일 수북하게 거두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뒷 닭장에서 거둔 알을 선물로 건네며 알통에 담긴 알은 닭이 품고 있던 것이어서 드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돈을 드려야 하는데... 아니에요, 달걀을 드릴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닭이 품지 않은 달걀은 사형부부에게 선물하려고 했더랬다.


외출해서 돌아왔을 때 현관문 앞에 선물꾸러미가 있었다. 화가의 지인이 대봉감곶감 한 상자를 설선물로 가져다 놓았다. 닭거름을 가져가서 잘 쓰고 있어서 감사의 선물이란다. 화가가 한 개를 뜯어서 맛을 보았다.


사형부부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며 곶감 상자에서 곶감 한 개가 모자란다고 설명했더니 화가가 두 개를 더 꺼내어 사형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한 개나 세 개나~ 매 한 가지란다. 웃었다.


사형부부가 떠나고 나서 화가가 임자가 따로 있네~라고 한다. 달걀 임자도 따로 있고 곶감 임자도 따로 있다. 그러게요~ 웃었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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