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했는데 유심(有心)한다

수영과 택배

by 이혜원

오랜만에 달걀 90개를 이쁜 아이에게 부칠 수 있게 되었다. 한 주간을 쉬었고 닭들이 알을 잘 낳아주니 넉넉해졌다. 마음까지 푸근하다.


화가가 목욕을 다녀오는 사이에 달걀택배포장을 끝내놓고 별관에서 참깨와 들깨가 담긴 통을 꺼내놓았다. 참기름집에 가서 참깨는 기름을 짜서 택배가 가능한 병에 담아주고 들깨는 가루를 내어 먹을 것이라고 알렸다.


수영강습이 없는 날이어서 초급반 레인에서 연습을 했더니 함께 자유형을 하던 총무가 작가가 발을 너무 빨리 찬단다. 느긋하게 차면 숨도 가쁘지 않고 쉽단다. 고마워요.


고급반 총무가 운동을 마치고 나가다가 멈춰 서더니 작가에게 할 말이 있단다. 접영을 할 때 손을 옆으로 뻗어서 가슴 쪽으로 물을 모으란다. 상체가 위로 뜨지 않지요? 그러네요~ 그녀가 가르쳐준 대로 했더니 어라~ 위로 솟구친다. 신난다~


길 가다가 세 사람을 만나면 그중에 한 사람의 스승이 있단다. 끊임없이 배울 것이 있고 가르쳐주는 스승이 있을 때 사람은 무럭무럭 자란다.


샤워를 하던 전직 미술선생님이 10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얼굴의 주름살은 보지 말고 자신의 마음만 봐 달라고 했단다. 시인의 표현이네요~ 그녀가 웃는다.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게 된다. 이마 주름살에 무심(無心)했는데 유심(有心)한다.


참기름집에서 기름병과 들깨가루를 찾아서 오다가 이웃에 사는 화가의 동창생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참깨를 여유 있게 가지고 있는 집이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단칼에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동네사람 모두 지난가을에 거두자마자 처분했단다. 그렇구나~ 여유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 집이 참깨 부자구나~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멸치다시를 내어놓았더랬다. 조갯살과 불려둔 미역을 들기름에 볶다가 간장을 넣고 김을 낸 뒤에 멸치다시를 부어 완성했더니 미역국이 맛나단다. 점심식사를 끝낸 화가가 잘 먹었어요, 작은 동그라미를 그려주길래 동그라미 두 개로 응답했다.


설거지를 마치자마자 우체국에 가서 택배상자 두 개를 접수하며 달걀과 참기름이라고 했더니 취급주의와 냉장표시를 붙여준다. 물 흐르듯 일처리를 마치고 화가가 기다리고 있는 차에 타면서 빠르지요? 우체국 건물 앞에서 내린 뒤에 화가가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탔다.


창원에 있는 지역농협조합으로 갔더니 주차장이 유료로 변해있다. 여유로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의료카드와 농자재구입 카드를 받아 지하마트에서 바나나와 샤인포도를 구입하고 나왔는데도 회차차량입니다~ 20분 주차는 0원이란다. 유료로 전환하기를 참 잘했다.


농자재판매소로 가서 건사미농약과 쥐약과 잔디에 나는 풀을 뽑기 위한 작은 낫과 상추, 각종 씨앗을 샀다. 화가가 고무호스꾸러미와 물뿌리개꼭지를 8개나 사겠단다. 20만 원 카드돈을 모두 다 쓰게 되었다고 했더니 아직도 7만 원의 여유가 있단다. 카드에 남은 금액을 매직으로 표시해 준다. 참 친절하다.


집으로 오는 차속에서 화가가 오늘 운전은 오로지 작가를 위한 것이었단다. 그런가요? 택배를 부치러 우체국에 간 것도 마트에서 바나나를 산 것도 농자재판매소에서 농약과 고무호스를 산 것도~ 모두 우리를 위한 일인데요~ 화가가 웃는다.


현관문 앞에 키위와 요거트 택배상자가 도착해 있다. 교육동기생에게 키위를 주문했더니 그린키위 밖에 없단다. 좋아요~ 혹시 다른 분들이 달라고 해도 키위 수확할 때까지 남겨달라는 부탁을 했더니 웃었다. 요거트 택배상자 안에는 치즈덩이가 선물로 들어 있다. 감사합니다~


달걀을 거두고 저녁준비를 하며 현역가왕 3 재방송을 틀었다. 이수연과 빈예서 모두 10대 어린 나이인데 두 사람에게 해 주는 심사평은 극과 극이었다. 나이에 맞게 노래하는 아이와 그 반대의 아이~ 칭찬과 안타까움의 표현을 들으며 웃는다. 트롯은 어른 노래거든요. 동화를 불러야 할 아이들에게 트롯을 부르게 한 것이 잘못이랍니다.


잠자기 전에 경제심리학 책을 읽었더니 잠이 쏟아진다.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글을 지어오라는 숙제를 내어주었더니 소설책은 흥분제요 교과서는 수면제라~ 시를 지어온 이가 누구였더라~ 잠이 오지 않으면 딱딱한 내용의 두터운 책을 읽으세요~ 꿀잠을 잤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 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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