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잊어도 꽃은 계절을 잊지 못한다

복수초와 돼지고기고추장볶음

by 이혜원

소설가 박완서 님의 글에 복수초가 나오는데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복수초가 그리워 화단 귀퉁이에 심어놓고 잊어버렸다. 사람은 잊어도 꽃은 계절을 잊지 못한다.


멀찍하니 노란 꽃 하나가 피어있어도 그러려니~ 지냈더니 새끼 꽃봉오리까지 매달고 이래도 보지 않으실래요? 유혹한다. 너 누구니? 복수초란다. 이쁘다 이쁘다~


일요일에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언니를 만났다. 불룩한 검정 비닐 안에 뭐가 들었는지 물었더니 쑥이란다. 어디서 캐었을까? 농약을 뿌리지 않은 곳, 제초제를 쓰지 않았던 곳을 찾아서 서편 산등성이 쪽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 집에 쑥이 있소~


닭장에서 알을 거두고나서 과일칼과 플라스틱 소쿠리를 들고 쑥 캐기에 나섰다. 홍매화나무 아래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쑥부터 캔다. 화가가 나무에 약을 치지 않은 덕분이다. 튼실한 열매는 포기하고 쑥을 얻었다.


닭장 가는 길은 쑥이 계속 올라온다. 쑥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져서 잘라 주면 더 왕성하게 번진다.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도 어느새 쑥이 올라온다. 잔디는 새순이 언제 올라올지도 모르고 쑥만 가득 올라온 곳에서 쑥국 한번 끓여 먹을 쑥을 얻었다.


지인 한의사는 봄에 몸이 나른해지는 것은 만물이 생동하며 주위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란다. 쑥과 봄나물을 캐어 먹는 것은 그들에게 빼앗긴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란다.


아침에 수영장에 가기 전에 식육점에 들렀다. 화가가 돼지고기고추장볶음이 먹고 싶단다. 양파와 고추장과 양조간장으로 미리 양념을 만들어 놓았더랬다. 단골식육점 사장님에게 돼지고기 목살 1Kg 달라고 했더니 3만 원어치를 준단다.


수영강습을 마치고 서둘러서 차에 탔더니 고추장볶음 먹을 즐거움에 운동도 일찍 마치고 기다렸단다. 우리 집 주차장에 트럭 한 대가 서 있다. 창원 김사장이 배관공사를 하러 온 것이다.


냉난방기 실외기 옆에 물이 고여있어서 조치를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베어버린 산수유나무뿌리가 하수배관을 뚫고 들어갔단다. 나무뿌리를 들어내는 것은 힘이 들어서 우회하는 작업을 끝마쳤다.


점심준비를 하겠다고 했더니 함께 온 이에게 점심약속이 있어서 안된단다. 작가의 음식솜씨를 믿지 못하느냐고 너스레를 떨다가 배웅했다. 읍내에서 맛난 쇠고기국밥을 먹을 것이다.


뜨거운 프라이팬을 그대로 식탁에 올리고 고추장볶음 한점 입에 넣은 화가의 표정을 살폈다. 바로 이 맛이야! 감탄사가 나와야 하는데 맛이 다르단다.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란다. 입맛이 변했겠지요~ 싱거워서 그럴 겁니다~ 준비한 양념에 돼지고기를 더 넣었더랬다.


식탁을 떠나는 화가에게 잊은 것이 없느냐고 했더니 한 손으로 엉거주춤 반주먹을 그려준다. 솔직하게 평가를 해야 한다고 여긴 모양이지만 엎어서 절을 받았으니 만족이다. 웃는다.


컴퓨터 초기화면이 바뀌었다. 그림으로 표시된 것들이 커져 있어서 어렵사리 작은 그림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껐다가 다시 켜니 또 커져있다. 컴퓨터 사용자 연령대에 맞게 자동조정해 준 모양이다.


친구들 모임에서 아이가 가야 할 고등학교를 세 군데 정도 생각하고 있다는 대화를 했는데 그다음 날 휴대폰에 세 학교에 대한 정보가 뜨더란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휴대폰이 열심히 검색하여 제공한 것이란다. 이크~ 낮말도 밤말도 휴대폰이 듣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영어공부시간에 눈꺼풀이 내려와 뽀뽀를 했다. 도시사람들에게는 활력이 넘치는 때이지만 시골은 고교생이 제일 싫어한다는 야자시간이다. 공부가 끝나자마자 잠자리에 들어 꿀잠을 잤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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