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키우면서 인생 파노라마를 본다

쪽파심기와 병아리 육추

by 이혜원

무빈소장례식이 늘고 있단다. 장례식장 앞에 늘어선 화환도 조문객도 없이 가족들이 조용히 1일 혹은 2일 만에 치르는 장례문화가 15~ 20%를 차지한단다. 좋은 흐름이다.


결혼식 문화가 바뀌면 좋겠다고 여겨서 퇴직 전에는 참석하는 결혼식에 한복을 입고 갔더랬다. 봉투만 접수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초대받았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고 여겼다.


세월이 지나니 결혼문화가 바뀌어 조카는 자신이 만든 결혼식장에서 직계가족만의 결혼식을 치렀다. 참 이뻤다.


장례문화도 바뀌기를 바랐다. 상주를 죄인으로 여기던 옛 풍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장례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여겼더니 차츰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이다. 참 고맙다.


수영수업에 새 수영복을 입고 갔더니 중급반동기생이 수영복이 바뀌었네요~ 인사를 했다. 알아주시어 감사합니다~ 비슷한 청색인데 눈썰미가 대단하다.


이쁜 아이가 생일선물로 보내준 수영복이 낡아 구멍이 날듯하기에 새로 수영복을 사 두었더랬다. 완전히 구멍이 난 것은 아니어서 새것은 아껴두고 계속 입었는데 처음 수영 할 때 샀던 수영복까지 흠집이 생기니 새 수영복을 바꾸어 입으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새 수영복을 입으니 힘이 난다. 수영실력이 늘어난 것 같아서 신나게 수영을 했다.


토요일에 방문한 손님이 반찬 세 가지를 만들어 왔었다. 봄동겉절이와 시금치나물과 멸치무침을 해 왔는데 점심반찬으로 차렸더니 정말 맛나다. 화가가 커다란 양재기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더니 참 잘 먹었단다. 멸치무침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도 묘한 맛이 난단다. 동감이다.


달걀을 거두어 씻어서 냉장고에 갈무리를 한 뒤에 잔디밭의 풀을 뽑고 있으니 동네언니가 검정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봉지 안에 들어있는 시금치는 그대로 나물 해서 먹으면 되고 쪽파는 뽑아 온 것이라서 가려서 먹어야 한단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시금치 풍년이 들었다. 현관문 앞에 이름 모를 이가 상추와 시금치와 쪽파를 가져다 두어 상추는 점심때 맛을 보고 시금치는 지퍼백에 넣어 냉장고에 두었더랬다. 쪽파는 장독에 넣어서 물을 뿌려 주었는데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서 선물 받은 쪽파를 텃밭에 심기로 했다. 헤어지지 않으려고 꼬옥 붙어 있는 쪽파가족을 억지로 떼어내지 않고 줄지어 심었는데 텃밭이 모자라서 산수유나무 아래까지 차지했다.


아침에 병아리 육추기를 살폈더니 불이 들어와서 따뜻하다고 몰아넣은 곳은 차갑고 비워놓은 곳이 더 따뜻하다. 병아리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 몸을 붙이고 있는 것을 보니 밤새 오들오들 떨었나 보다. 절반쯤을 왼쪽 육추기로 옮겨주고 일어섰더니 오른쪽 육추기에 불이 들어온다. 거참~ 육추기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부화기를 처음 샀을 때는 한 마리씩 부화되는 것이 신기하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부화기 유리창을 들여다보았더랬다. 다리를 다쳐서 일어서지 못하는 병아리를 고쳐보겠다고 종이컵에 넣어 주기도 하고 쭉쭉이를 시켜보기도 했었다.


알을 부화시켜 병아리가 나오고 알을 낳는 닭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하는 산들이 있다. 부화 중에 몇 마리씩 없어지고 닭장으로 옮기면 급격히 달라진 환경으로 죽기도 하고 원인도 모른 채 닭장 안에 널브러져 있는 닭을 치워야 하는 때도 많다. 닭을 키우면서 인생 파노라마를 본다.


부화가 많이 되었다고 즐거워할 것도 아니고 육추기에 이상이 생겨 병아리들이 죽어나간다고 마음 쓸 일도 아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사는 병아리는 닭장으로 옮겨서도 잘 산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봄가뭄이 심해서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잔디가 푸르러지고 심어놓은 쪽파가 잘 자라겠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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