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즐기기에 충분한 청춘이다

모종 심기와 멸치쌈밥

by 이혜원

아무것도 심지 않기로 했지 않소? 비가 내리는 중에 토마토와 오이모종을 심었다고 했더니 화가가 답한 말이다. 그랬더랬다. 고추 한 포기도 심지 않겠다고 했더랬다.


5일마다 열리는 전통시장에 가면 싱싱한 채소가 지천으로 널렸다. 키우는 수고와 밭에서 뽑고 흙을 털어내어 깨끗하게 다듬는 번거로움까지 절약되니 일석이조가 아니라 삼조사조의 효력이 있는데 모종 파는 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시골살이를 하다 보니 농부의 딸 본색이 드러났다.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며 채소를 심고 가꾸는 재미를 즐기기에 충분한 청춘이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어 별관에 넣어두고 토마토와 오이모종을 꺼냈다. 닭장 가는 길을 따라 심어두면 가꾸기도 좋고 따먹기도 좋은데 문제는 풀이야~


자그마한 흰색의 화단분리대 앞뒤에는 유난히 풀이 많이 자란다. 모종 심을 곳에만 구멍을 파면된다고 했지만 풀이 걸리적거리니 뽑아내기로 했다. 토마토 세 포기를 심고 슬슬 일의 시동이 걸릴 즈음에 비가 내려 비옷을 찾아 입었다.


방울토마토 모종을 모두 심고 일반토마토 모종을 심을 때는 내린 비로 땅의 흙이 범벅이다. 장대비가 쏟아진 것은 아니지만 자주 내린 비로 금세 흙이 물에 젖었다. 오이모종까지 다 심고나니 비는 그쳤지만 물을 주지 않아도 되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화가가 달걀을 씻어주며 이제는 자신이 도맡아 하는 일이 되었단다. 그러게요~ 어덕(언덕) 떨어진 것이 질(길)이 된답니다.


원로목사님이 십일조를 설명하는 예화하나를 들었다. 어느 교회 앞에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 주차장으로 쓰면 좋겠지만 주인이 허락하지 않다가 교인들의 바램이 귀에 들어갔는지 1년 중에 한주만 빼고 쓰라고 하더란다.


1년 52주 중에 51주를 사용하고 1주만 쓰지 못한다고 했는데 실컷 잘 사용하다가 딱 1주 주차하지 못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주인장에게 당신이 쓰는 것도 아닌데 왜 1주를 쓰지 못하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공터의 주인임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단다.


수영선생님이 월요일은 영법 위주로 가르치겠다고 하더니 다섯 바퀴 자유형으로 몸을 풀게 한 뒤에 묘기대행진을 시킨다. 땅콩처럼 생긴 키판을 잡고 발차기를 시키더니 다음엔 발목에 끼우고 자유형을 하란다. 요령 있는 이는 장딴지에 끼우는데 발목만을 고집하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작가가 자유형에서 발차기를 하지 않고 발을 질질 끌고 간단다. 선생님마다 각자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3개월 동안 자유형 발차기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없어서 잘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초등 6년 동안 해마다 담임이 바뀌는 이유를 알겠다.


아침에 멸치쌈장 양념을 미리 만들어 놓았더랬다. 화가에게 점심에는 멸치쌈밥이라고 했더니 상추를 샀느냐고 묻기에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비닐봉지에 상추가 있었다고 답했다.


생멸치로 만든 멸치쌈장이 정말 맛나다. 추운 겨울을 지낸 고소한 상추에 쌈장을 듬뿍 얹어 멸치쌈밥을 먹으니 꿀맛이다. 화가가 세 번이나 멸치쌈장이 맛나다고 하더니 두 주먹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주었다. 옆구리 찔러 받은 것이지만 맛난 것은 사실이다.


화가가 달걀을 씻는 사이에 병아리 육추기 안의 물통에 물을 보충해 주었다. 백봉오골계는 청계나 토종닭보다 덩치가 작아서 물도 사료도 적게 먹는다. 두통의 물통 중에 하나씩만 꺼내어 채워주고 사료를 듬뿍 주었다.


화단의 수사해당화가 처음 꽃을 피울 때는 위쪽으로 향했는데 차츰 아래로 고개를 숙인다. 색색의 방울이 매달린 것처럼 늘어진 꽃들이 정말 이쁘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작가의 이전글특파원 두 사람이 뉴스를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