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의 손(1)

세 가지 감사

by 이혜원

아침 목욕을 하러 가는 차속에서 지인 권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른 시간이어서 아하~남편이 돌아가셨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밝은 음성으로 전화를 받았더니 깨어 있을 줄 알았단다.


어젯밤 12시 30분에 집사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그러셨군요. 전하는 이나 답하는 이나 당연한 일이 일어났다는 듯 담담하고 밝은 음성이다. 편안한 얼굴로 떠났기에 천국 가셨음을 알았습니다. 그럼요~당연히 천국으로 가셨지요. 주일까지 기다렸다가 떠나셨네요.


간밤에 비가 내렸는데 맑고 화창한 아침이 열렸다. 천국문을 여시며 남아 있는 이들의 눈물을 하나님이 대신 흘려주셨음을 믿는다. 떠나는 이가 남긴 추억이 세월의 비에 씻겨 희미해지기까지 빈자리가 애달프다.


집사님은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렸다. 동창생 친구남편이 법무공무원이었는데 거창으로 승진발령을 받았다. 전업주부였던 친구는 남편을 따라 거창으로 떠났고 그곳이 참 마음에 든단다.


아는 사람이 없던 곳이라 남편의 직장동료 부인과 친하게 지냈는데 거창에 '마이다스의 손'이 있다니까 함께 가 보자고 하더란다. 그가 만져주면 어떤 병이라도 신기하게 낫는단다. 긴가민가~하며 두사람이 도착한 곳에 흰머리에 도인풍채를 한 이가 있었는데 차례대로 진단을 받았단다.


남편동료부인은 건강이 무척 좋지 않으니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친구에게는 건강상태가 좋으니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더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창원의 직장으로 복귀하여 다시 이사를 온 친구가 작가에게 기이한 이를 만났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여운으로 남았다.


공로연수(퇴직예정자에게 사회적응기회를 주기 위해 정년퇴직 1년 전에 주는 유급휴가)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날에 친구에게 '마이다스의 손'을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걸었다. 제2의 인생을 살려면 오랜 직장생활에서 돌보지 못한 건강을 챙겨야 할 것 같았다.


친구는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수소문하여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마이다스의 손'이 마산으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단다. 가까운 곳에 있다니 곧바로 전화를 걸어서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더니 약간 망설이다가 잠시 뵙지요~라고 답했다. 전화기너머 음성에서 무게가 느껴진다.


교회옆에 있는 아파트 건물 2층으로 올라가서 현관벨을 눌렀더니 부인되는 이가 문을 열어주었다. 선하고 밝은 인상이다. 거실의 소파에서 뚱뚱한 체구의 흰머리 남자가 몸을 일으켜 작가를 맞았다. '마이다스의 손'을 지녔다는 이가 바로 이 사람이구나. 그의 손은 통통하고 평범했다. (계속)


큰올케를 태워주던 사형부부가 식사당번이 되어 아침 일찍 교회로 가야 한단다. 언니에게 우리가 태우러 갈 테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 한 뒤에 서둘러 목욕을 마치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언니를 만나서 교회로 함께 갔다.


막냇동생 목사님은 고린도전서 1장 4절에서 8절을 본문으로 '바울의 세 가지 감사' 제목의 말씀을 전했다. 바울이 2차전도 여행을 할 때 고린도에 교회를 세웠는데 사치와 방탕의 항구도시에 자신이 뿌린 복음의 씨앗이 뿌리내린 데 대한 세 가지 감사가 주된 내용이었다.


바울의 첫 번째 감사는 자신과 아볼로의 설교로 예수님을 아는 지식이 풍족해진 교회로 성장한 것이었다. 예시로 이탈리아 작가 지오바니 파피니(1881~1956)의 일화를 들려준다.


지오바니 파피니는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그가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어머니는 인육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허벅지살을 베어 지오다니에게 먹였다. 병이 호전된 아들은 어머니에게 지난번에 먹었던 고기가 효험이 있는 듯하니 다시 한번 더 먹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들이 외출한 사이에 반대편 허벅지의 살을 베어내던 어머니는 동맥을 건드리는 바람에 계속 피를 쏟았고 집으로 돌아온 지오바니는 상황을 보고 나서 자신이 먹었던 고기가 어머니의 허벅지 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어가는 어머니를 안고 통곡을 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나는 죄인으로 죄인의 살을 베어 너에게 먹였지만 예수님은 죄 없는 몸으로 우리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셨으니 너는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라고 부탁했고 예수님을 영접한 지오바니 파피니는 이후 그리스도 이야기, 뜻과 포도주,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두 번째 감사는 은사가 풍성히 나타나서 감사하고 세 번째 감사는 예수님이 반드시 재림함을 믿음에 대한 감사였다.


예배의 말미에 전도와 성경 읽기에 대한 시상이 있었는데 큰올케는 6독을 하여 권사님 한분과 나란히 최다독상을 받았다. 작가는 겨우 1독을 하여 1만 원권 상품권 두장을 받아 조카에게 건네며 믿음생활을 잘하고 있는 조카의 둘째 아들에게 주는 상품이라고 했더니 어느새 전달을 받아서 키가 훌쩍 커버린 손자가 인사를 왔다.


고모할머니가 성경을 1독밖에 못해서 미안하다~분발해서 내년에는 많이 받아야겠다. 성경을 읽고 아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데 상품에 눈이 어두워져서~함께 웃었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인지심리학자 김경일교수가 부자가 되는 법 세 가지를 얘기했는데 첫째,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둘째, 돈을 아껴 쓰는 것이고 셋째, 감사하는 것인데 세 번째는 큰 부자들이 모두 공감했다는 말을 구역예배 간증시간에 전하며 교수님은 세상의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었지만 담임목사님은 천국에서 부자 되는 방법 세 가지를 전해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했다.


올케언니를 집 앞까지 태워주고 집으로 돌아와 닭장으로 가서 달걀을 거두어왔더니 화가가 별관청소를 마무리하겠단다. 저녁준비를 하는 도중에 옆집 과수원 안주인의 방문을 받았다. 둘째 아들이 대봉감이 들어 있는 박스를 들고 서있고 안주인은 단감이 가득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감 따는 일을 거들지도 못했는데 귀한 선물을 주시다니~함박웃음을 웃고 감박스를 받아서 팔각정 의자에 놓았다. 화가가 얼마나 좋아할지~눈에 선하다. 단감을 싱크대에 쏟아놓고 빈그릇만 돌려주며 이를 어쩌냐고 했다. 그릇에 뭘 담느라 지체하는 것보다 빨리 돌려주는 것이 더 나을 듯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해가 지고 있어서 일 마무리하느라 바쁘단다.


'파크골프지회장배 대회에서 3등 했어요!' 바쁘게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외친다. 골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3등이라니 대단합니다. 축하합니다! 큰소리로 답했다. 표정은 보지 못했지만 축하받았으니 더욱 뿌듯할 것이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입원 중인데 파크골프 대회도 출전하고 과수원에 대봉감도 거두고 직장에 출근까지 하고 있으니 결혼한 여성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연구대상이다.


저녁상을 차려서 먹으려고 하니 화가가 이쁜 아이에게 전화를 건다. 알콩이가 어떠냐며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니 알콩이는 꼬꼬할머니와 통화하고 싶단다. 영상통화 수락을 누르세요~영상 저편에 등장한 알콩이는 약을 먹고 나서 목이 아픈 것은 가라앉았단다. 음성이 훨~좋아졌다고 답했다.


아바타로 변신하며 한참 동안 통화를 했더니 이어서 달콩이가 목을 다쳤다며 보여준다. 어쩌다가 그랬니? 놀이터에서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졌단다. 킥보드를 조심스럽게 타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약속하겠단다. 이쁜 아이가 달콩이의 목에 1회용 밴드를 붙여준다. 크게 다친 건 아닌 모양이다.


화가가 이쁜 아이와 다시 통화하며 이사한 집에 언제 가면 좋을지를 물었더니 아무래도 다음 달이 되어야 할 것 같단다. 이사한 집에는 내년 2월에 가겠다고 했더니 똘똘이가 그러지 말고 연말쯤에 시간을 내는 것이 좋겠다고 했더랬다. 해를 넘기지 말고 방문해 달라고 하니 화가의 마음이 급해졌다. 크리스마스쯤에 방문하여 산타가 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곶감 말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