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을 끓였다.

크리스마스 선물과 금일봉

by 이혜원

동지팥죽을 끓였다. 화가가 다가오는 동지에 팥죽을 끓이느냐고 말할 때까지는 뜻이 없었는데 동지가 다가오니 은근 마음 쓰인다. 밴드에 지난해 쓴 글이 사진과 함께 떴는데 1년 전 동지에 팥죽을 끓였단다. 그랬다고? 수첩을 보니 동지팥죽 끓이기 레시피가 적혀있다. 그랬구나!


재종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동지팥죽을 끓이느냐고 물었다. 수영을 마치고 언니집으로 직행하면 솜씨 좋은 언니가 끓여놓은 팥죽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얄팍한 꾀에 스스로 심취했는데 끓인단다. 앗싸~동네노인들을 위해 엄청 많이 끓인단다. 어~이건 아닌데~동지팥죽~그냥 끓이면 되지~내 손이 내 딸이다!


하루 전에 새알을 만들어 놓고 팥은 삶아서 첫물은 버리고 압력밥솥에 안쳐놓았다. 아침 일찍 새알을 끓는 물에 넣어 동동 뜰 때 건져서 찬물에 헹구어 놓고 압력밥솥에 잡곡 취사버튼을 눌러놓았다. 잘 익은 팥을 믹서기에 갈아 커다란 냄비에 넣고 끓인 뒤에 위에 뜨는 거품은 걷어내었다.


팥물이 끓고 나면 찹쌀가루 네 숟갈을 물에 풀어 넣어야 하지만 가루보다 쌀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찹쌀을 쓰기로 했다. 미리 불려 좋은 찹쌀을 믹서기에 갈아서 넣고 다시 끓인 후에 불을 껐다. 동지팥죽 준비 끝!


수영수업을 빨리 마쳐야 하는데 1번이 미적거린다. 선생님이 오른손 왼손 양손 번갈아서 접영 두 바퀴를 한 뒤에 완벽한 접영자세로 한 바퀴 더하고 끝내라는 과제를 주고 초급반을 지도하는 사이에 1번이 마지막 접영은 숨이 가쁘니 쉬엄쉬엄하겠단다. 동지팥죽을 끓여야 하니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했더니 주유소 사장인 회원이 팥죽 먹으러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네~한 그릇은 더 나올 겁니다.


왕언니 수영회원들이 샤워를 마치고 팥죽얘기로 꽃을 피운다. 올해는 애기동지라서 팥죽을 끓이지 않는단다. 본죽에 팥죽 사 먹으러 갔더니 새알이 달랑 네 개가 들었더란다. 에게게~동지팥죽을 끓인다는 이가 아무도 없다.


팥죽을 끓였더니 딱 세 그릇이 나왔다. 화가가 한 그릇 먹고 나서 맛나다며 조금 더 먹겠다기에 남겨둔 팥죽에서 한쪽을 덜어 먹고 남은 팥죽은 냉장고에 넣었다. 동지팥죽은 차갑게 먹으면 더욱 맛나다. 도랑사구에 떠서 밤새 장독에 얹어 두었던 팥죽이 얼마나 맛났던지~


아침에 화가의 친구집에 떡을 선물로 가져갔다. 큰올케가 미국으로 떠나며 교회식구들에게 떡을 대접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떡을 내는 이들이 많아서 후순위로 밀려났더랬다. 지난 주일에 순서가 되어 떡을 내었더니 봉사부장이 남은 떡을 담아주며 올케 대신으로 가져가란다.


말랑말랑한 떡을 1회용 그릇에 담아 가져갔더니 화가의 동창생부부가 뭘~이런 걸 가져왔느냐고 한다. 김장김치를 정말 잘 먹었고 어릴 때 어머니가 담아주던 바로 그 맛이더라고 했더니 두 사람 모두 활짝 웃으며 즐거워했다. 김장김치 선물에 대한 답례를 마쳤다. 화가가 우린 뭘로 보답을 해야 하느냐 했더랬다.


화가가 이쁜 아이에게 알콩이달콩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라며 금일봉을 보냈다. 가족밴드에 입금소식을 알리며 알콩이달콩이가 어른이 되어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것을 기억하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했더니 금일봉이 너무 많단다. 넉넉하면 좋지.ㅎㅎ


알콩이는 무선 조종 rc카를 원하고 달콩이는 요즘 모으고 있는 포켓몬카드가 좋단다며 도착하면 화가와 작가의 선물이라고 알리겠단다. 선물 받고 기뻐하는 알콩이달콩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이 귀에 걸렸다.


닭장에서 달걀을 거두어 오니 화가가 바깥 창고에서 사료를 싣고 왔다. 두부대만 넣어 놓으면 될 것이라고 했더니 그러겠다며 일을 좀 더 하고 싶단다. 날씨가 추우니 바깥에서 오래 일하면 안 된다는 당부를 하고 들어왔다. 일이 재미있으면 추운 줄을 모르기에 동네사람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저녁식사로 과일과 마실 것을 차렸더니 화가가 바나나는 안 먹겠단다. 화가가 먹지 않겠다고 하니 작가도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일심동체? 웃는다.


형제가족밴드에 여조카가 주일에 특송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려주었다. 화가가 쓴 루돌프 사슴 머리띠가 참 잘 어울린단다. 화가는 뭘 써도 어울린다고 해 주었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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