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가슴에 새겼다

치매검사와 회식

by 이혜원

치매검사를 받은 지 2년이 되었단다. 보건소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서 우리 집을 방문하겠다기에 외출 일정을 알렸더니 시간 날 때 센터로 와 주시면 좋겠단다. 며칠 전의 일이다.


수영강습생 모두 모여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초급반부터 고급반까지의 회원 전원이 회식 대상이라는 데 까닭을 물어보지 않았다. 회식 끝날 때까지 답을 얻지 못했으니 친목도모인 모양이다. 침묵은 금이다.


중급반 1번에게 장소를 물었더니 대패삼겹살집이라며 알려주는 이름이 알쏭달쏭이다. 대패 삼겹살, 꿀맛 나는 삼겹살, 또 다른 이름까지, 개업한 지 오래지 않아서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단다. 화가와 차를 타고 가며 어림짐작으로 찾았는데 딱 걸렸다. 꿀맛 나는 대패삼겹살.. 이런 이름이었다.


수영수업이 끝나자마자 샤워실로 달려갔는데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로 그득하다. 빠르다~ 입구 쪽 테이블 빈자리 두 개에 앉으라며 가운데 테이블의 빈자리는 선생님들 몫이란다. 지진이 잦은 지역이나 불판이 있는 식당은 출입구 쪽이 상석이다.


중급반 회식을 할 때도 일찍 도착한 사람이 안쪽 자리에서 서둘러 식사하더니 수저를 놓자마자 먼저 가겠습니다~ 라며 떠났다. 생소한 회식문화에 적응 중이다.


화가가 집게를 들고 대패삼겹살을 구워주며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화가의 옆에 앉은 이가 우리 집 뒷집의 딸이란다. 옆 레인에서 수업받는 초급반원인데도 누군지를 몰랐는데 화가는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대단하다.


작가의 옆에 앉은 이는 경북에서 살다가 남편과 함께 여행도중에 연고도 없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 10년 전에 이사 와서 살고 있단다. 대단하다. 남편은 서예를 하고 등산클럽 두 개를 이끌고 있단다. 수영을 같이 할까 했는데 한번 와서 해보더니 자신과는 맞지 않는 운동이라고 했단다.


뒷집 딸에게 전화번호를 묻고 전화를 걸어주었다. 옆에 앉은 동기생의 전화번호도 챙겨서 전화를 걸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의 '꽃'에서), 내가 그의 전화번호를 저장하며 나는 그를 가슴에 새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화가가 치매검사를 하고 가잔다. 치매센터 근무자가 반긴다. 어느 분부터 먼저 하실래요? 저부터요~ 병력조사부터 하고 나서 문장하나를 따라 해 보란다. 민수가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가서 11시부터 야구를 했습니다. 나중에 이 문장을 다시 물어볼 거란다.


그림 세 개의 이름을 말해 보란다. 2년 전 검사에서는 주사위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27점을 받았는데 30점 만점이란다. 화가는 민수가 자전거~ 문장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서 26점을 받았단다. 웃었다.


출장을 다녀온 여성직원이 화가를 반긴다. 어디서 살았고 알콩이달콩이와 이쁜 아이까지 줄줄이 읊는 그녀는 알콩이달콩이보다 한 살 어린 쌍둥이를 키우고 있단다. 화가가 감탄하며 빵을 사 왔어야 했단다. 빵집으로 가서 롤케이크를 사서 선물했다. 브레이크 타임에 차와 함께 드세요~


닭장에서 알을 꺼내는 중에 사부인의 전화를 받았다. 달걀이 똑 떨어졌는데 택배를 받았단다. 겨울이 되니 닭들이 알을 적게 낳네요. 연이어 30개씩만 보내니 알콩이달콩이의 먹성을 어떻게 채울까~ 이번에는 45개를 보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알콩이달콩이가 유치원에서 영어대사로 연극을 한단다. 멀리 계시니 가보지 못해서 어떡해요, 사부인이 두 몫으로 봐주세요~ 박수 많이 칠게요. 멀리서도 박수 많이 치겠습니다~ 웃었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작가의 이전글생일 챙겨주는 어른은 처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