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의 조건> (202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군대란 어떤 곳일까.
경험하지 않은 자는 지나친 비관이나 낙관을. 경험한 자는 좋았던 기억만을 발췌하기 바쁜 곳. 그래서 ‘신성한 의무복무’ 앞에 무마된 ‘진짜 이야기’는 언제나 모두의 관심을 산다. 영화 <영웅의 조건>은 멕시코 군대 속 ‘진짜 이야기’를 다룬다. 멕시코는 멀지만 멕시카나는 가까운 그만큼 영화가 하는 ‘진짜 이야기’는 우리와 결코 멀지 않다.
주인공 루이스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다. 아픈 어머니의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 입대할 정도로 효자이면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총도 잘 쏜다. 참군인이 되기에 명분도 충분하고 재능도 충분하다. 영화는 그런 그가 폐급, 고문관으로 불리는 부적응자로 내몰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루이스는 올바른 상식과 연민의 마음을 갖춘 건강한 사람이다. 이는 그가 부적응자로 내몰린 이유이기도 한데, 군대에서 신체 외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군기와 남성성이라는 명목 아래 시행되는 부조리를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되려 고상한 척한다며 조롱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선택해야만 한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융화될 것인지 열외 될 것인지. 그때부터 부적응자들의 지옥은 시작된다. 갈등하는 주인공을 보며 관객의 갈등도 시작된다. 비웃을 건지 안타까워할 건지.
영웅의 조건은 그 갈등에서 완전히 패배할 때 부여된다. 천하의 파렴치한이나 매국노와 같이 극적이거나 급진적이지 않다. 자연의 섭리인 마냥 아주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택하고 부여된다. 끝내 일반이 아닌 이반의 길을 따른 자들이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때면 죄책감보다는 안도감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허지훈(윤종빈)이나 <D.P.>의 조석봉(조현철)을 떠올리면 쉽다. 영웅의 조건은 그렇게 탄탄한 역사를 자랑한다.
군대는 인간의 치부를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장이다. 볼 날은 정해져 있고, 여기서 일어난 일이 공개될 일은 없으니 무서울 게 없다. 더불어 서로의 치부를 확인하는 작업은 일종의 도원결의처럼 여겨져 소속감을 부여한다. 옛날 군대던 요즘 군대던 한국 군대던 멕시코 군대던 예외는 없다. 정도 혹은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루이스를 본 적이 있다. 때때로 루이스는 참혹한 기삿거리가 되어 다시금 불쑥 나타난다. 그렇게 루이스와 재회할 때면 사람들은 유독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나는 그 한결같은 호소에 늘 당혹스러웠다. 정말 안타까울까? 진짜? 적어도 내 군생활 중 만난 대부분은 그런 훌륭한 인격을 갖추지 못했는데. 신기할 노릇이다. 루이스는 끝끝내 영웅이 되지 않는 편을 택한다. 그와 반댓길을 걸어 완주한 대부분의 우리와 달리 말이다. 그 선택은 꼭 우리를 향해 재차 묻는 것 같다. 당신도 영웅이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