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밥상

편입일기

by 정연



한 주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식단을 고민한다. 한정된 자원, 더 한정된 보관 방식. 기숙사에는 개인 냉장고가 없다. 공용 냉장고는 있지만 냉동고는 없다. 제철 과일이며 각종 식품들을 누리고 싶다는 욕심은 잠시 접어 두어야 할 때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집에서 맛있는 것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이렇게나 감사한 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매일 식단으로 고민한다고는 하지만 오늘은 또 무슨 맛있는 걸 먹나의 고민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생활비를 아끼려면 배달은 사치다. 한 끼가 만 원을 넘겨선 안 된다. 만 원 가까이 하는 식사는 특식이다. 자연히 가장 많이 찾게 된 건 즉석밥이었다.

첫 학기에는 편의점을 애용했다. 기숙사 책상 선반에는 언제나 컵라면이 세 개, 즉석밥이 두 개씩 비축되어 있었다. 냉장고에는 고모가 챙겨 주신 멸치볶음만이 초라하게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기숙사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날이 한 주에 세 번이라고 하면, 최소 두 번은 라면을 먹었다. 컵라면에는 언제나 편의점 김밥이나 삼각김밥이 따라왔다. 주에 한 번 정도는 멸치볶음에 즉석밥을 먹었고, 아주 가끔 편의점에서 비싼 야채참치나 고추참치를 사다 밥에 곁들였다. 그게 일종의 특식이었다. 시간이 부족한 오전에는 레토르트 죽 제품을 먹었다. 학기 초에는 편의점 핫바를 택했지만, 싼 제품을 고르다 탈이 난 이후로는 핫바와의 연을 끊었다. 학교에서도 학식은 사치였다. 학생식당까지 다녀올 짬이 없었던 나와 동기들은 언제나 건물 지하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기분전환을 위해 컵라면 종류를 바꾸거나 다른 즉석식품을 찾을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식단을 바꿀 새도 없이 시간만 흘렀다.

라면에 물리다 못해 컵라면 포장용기에서 흘러나오는 종이컵 냄새, 스티로폼 냄새에 역하다는 기분마저 느낄 때즈음 학기가 끝났다. 방학 기간 동안 찾은 집에서는 라면을 입에 대지 않았다.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스스로 라면을 찾은 날은 고작 이틀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다른 선택지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방학은 언젠가 끝이 나고, 나는 기숙사로 돌아가야 했다. 그때부터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다시 컵라면과 삼각김밥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소셜커머스 어플을 뒤져 즉석밥을 한 박스 주문하고, 물리지 않도록 반찬 선정에 만전을 기했다.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고 냉동이 아닌 식품. 냉동식품을 제하자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룸메이트가 방에 구비해 둔 후리가케가 내게 영감을 주었다. 김자반 제품을 가져가고, 아침식사를 위한 죽 6개들이 박스를 배송시켰다. 집밥 느낌이 나도록 깻잎김치를 주문한 뒤 닭가슴살 장조림 제품까지 채워 두었다. 하루에 반찬을 두 개씩 돌려 가며 먹으면 질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생각은 일부 옳았다.

2학기를 맞이한 기숙사생은 더 이상 라면을 먹지 않게 되었다. 현명해진 나의 일주일 식단은 이제 고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늦은 점심으로는 가장 낮은 맵기의 마라탕을 특식으로 먹고, 화요일 점심으로는 학교 카페에서 핫도그를 포장해 온다. 저녁에는 밥을 데운다. 최근에는 빨리 해치워야 하는 멸치볶음과 깻잎이 우선순위가 된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틀어 놓고 밥을 먹으면 꽤 나쁘지 않은 저녁 식사 시간이다.

언제나 방법을 찾는 기숙사생의 식단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지난 주도, 이번 주도, 다음 주도 밥상 위의 풍경은 같지만, 그렇게 한 주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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