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의 첫걸음은 후회와 함께 (2)

편입일기

by 정연



편입생.

대학을 하나 졸업하기 전까지는 자주 들어볼 일 없는 말이었다. 대학에 처음 붙을 때까지만 해도 내 미래는 정해진 수순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4년제 대학에 진학은 개뿔, 2년짜리 전문대학에 붙은 것만으로도 과하게 감사하던 나였기 때문에 공부를 더 하겠다는 결심은 당연히 안중에도 없었다. 휴학 한 번 해서 합법적으로 쉬는 시간을 즐기고, 적당히 졸업하고, 적당히 취업하고⋯. 내 머릿속의 계획은 그게 다였다. 원래도 계획 없이 되는 대로 사는 편이라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계획이 없었다. 그러니 제 앞날을 예상할 리 없었다. 지금 전공을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볼 리도 없었고, 대학원까지 가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은 적도 없다. 기껏해야 사이버대학으로 학위만 여러 개 따 보고 싶다는 생각 정도만 스치듯 했을 뿐이다.


사람 사는 일이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나도 그랬다. 내 마음조차도 알 수가 없다. 처음에는 약간의 부담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등록금을 그때그때 마련해서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므로 모든 학비를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예쁨을 받았다. 사람 심리라는 건 참 간사해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끝을 모르고 계속 기어오르려고 든다. 내가 그랬다. 결국 대학원까지 욕심내게 된 나는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4년제 학위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유학을 생각했다. 휴학까지 했는데 코로나가 끝나질 않았다. 엄마 왈, 현지 민심도 좋지 않아 위험하단다. 건강도 좋지 못했다. 가서 잘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다는 걱정이 쏟아졌고, 결국 그건 포기했다. 그러다 복학을 했다. 정신없이 학교에 다시 적응하다 보니 한 학기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전공 심화반이 개설될 수 있다는 말에 기다려보았지만 택도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교수님이 편입을 권하기 시작하셨다. 이쪽으로 원서를 넣어보라는 권유도 들어온다. 전 글에서는 무언가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이렇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준비 과정이랄 것도 없었다. 영어 공부는 하기 싫으니 한껏 날아오른 학점을 쓰자. 시험은 보지 않겠다. 원서는 딱 하나만. 그러고서 2학기 학점에만 매진했을 뿐이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 고생스럽게 학교를 다니게 될 줄은.


편입이 결정되고, 합격 통지를 받은 뒤 입소까지의 과정은 이미 말해두었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고난의 연속뿐인 교통편도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다. 이번에는 편입생들이 겪을 수 있는 고충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길지 않은 과거를 장황하게 적은 이전 글에 비해서는 짧겠지만, 그 누구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던 사실들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현재의 학교에 만족하지 못하고 편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달리 꼼꼼한 성격이라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대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나처럼 아무런 생각도 대책도 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글은 둘 모두에게, 특히 후자에게 바치는 글이다. 이미 다 각오하고 결정했다면, 당신의 선택을 응원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정도는 확보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수기는 그저 경험담에 불과하다. 본가와 멀리 떨어진 타지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된, 전문대 출신의 어느 3학년 편입생의 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 글에 공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일정과 시스템은 학교마다 모두 다르니, 이런 경우도 있다고만 생각하고 참고할 것을 권한다.


편입 이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수강신청의 불공평함이었다. 그다음으로 알게 된 것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편입생은 진로를 중고등학교 교사로 잡은 학생들을 위한 교직 이수 과정을 밟을 수 없다. 교사직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던 나로서는 아쉬운 이야기이다. 이유를 듣자 하니, 교직 이수 과정을 밟는 학생은 2학년에 선발한단다. 그런데 편입생은 거의 무조건 3학년이니, 기본적으로 이 코스를 선택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편입생은 추가학기 등록을 해도 안 되는 것인가? 학교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정말 들어보고 싶었던 수업이 교직 이수 대상자들만을 위해 개설된 수업이라 나는 들어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속이 좀 상했다. 교직 이수를 생각하는 학생들은 이런 제한이 있는 걸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나처럼 전혀 모르고 있다가 당황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다음으로는 빡빡한 졸업 요건이다. 사실, 이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당연한 사실이기는 하다. 내가 정말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편입 시에는 기본적으로 2, 3년제 전문대학 졸업 혹은 4년제 대학교 2학년 이상 수료를 요구한다. 이 최소 2년간의 수강 이력을 인정해, 최종적으로는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된다. 다시 말해, 휴학을 하지 않는 이상 편입생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뿐이다. 이는 학교와 학과에서 제시하는 졸업 요건을 통과하기 위해 준비할 시간도 2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편입생은 1학년부터 매 학기 학점을 빡빡하게 채워 가며 들은 학생들과 비교하면 남은 2년간 채워야 하는 학점도 많은 편이다. 내가 이전 학교에서 80학점을 수료했다고 그걸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게 아니다. 그건 그저 편입을 위한 기본 조건일 뿐이고, 실질적으로 인정받는 학점은 거기서 10~20점 정도를 차감해야 한다. 졸업을 위한 최종 수료 학점이 130점이라고 가정하면, 편입생은 그중 65점 정도를 인정받는다. 여기서 성적 우수자 초과학점 제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한 학기 수강 한도가 18점이라고 하자. 계산은 금방 끝난다. 세 학기를 꽉 채우고도 11학점이나 남는다. 4년 내내 시간표가 정해져 있는 의과나 간호과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졸업 학년은 전공과목이 많이 개설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편입생들은 졸업 학년에 학점을 채우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교양이나 아래 학년 과목을 열심히 뒤적거려야 겨우 시간표를 채울까 말까다. 심지어 비동일계(*이전 학교의 전공과 편입한 학교의 전공이 다른 계열일 경우) 일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진다. 같은 전공이라면 전공 학점을 조금이나마 인정해 주니 교양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있는데, 비동일계라면 그마저도 없어 몇 없는 전공들을 미친 듯이 뒤져 가며 4학기 내내 아래 학년들과 피의 경쟁을 해야만 한다. 경우에 따라 학점 인정도 못 받으면서 1학년 수업까지 새로 이수해야 할 수도 있다.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당신의 수강신청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거기다 졸업 요건이 학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 성적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 논문을 써야 하는 곳도 있다. 일부 학과는 졸업 작품까지 한다. 졸업하기 참 쉽지 않다. 파이팅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학교에는 편입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대부분 신입생 프로그램에 묻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입생에게도 해당되는 소리인데, 신편입생 생활지도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듣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는 학점 빡빡하게 채우느라 가장 바쁠 사람들에게 수업이 없을 리 없는 시간에 적응 도우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공문을 내려준다. 정말 자비롭다. 전공 수업을 듣느라 바쁜 우리가 두 시간짜리 실시간 온라인 교육을 또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당신의 학교도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짠다면 내가 같이 슬퍼해주겠다. 거기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글 하나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정보가 거의 없다. 살면서 잘 정리된 공문을 내려주는 기관을 본 적이 거의 없긴 하지만, 대체로 학교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학과 조교가 편입생 출신이라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해 준다면 감사하자. 우리의 고충을 이해해 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받아들이자.

마지막으로, 괴담처럼 들리지만 괴담은 아닌 것, 편입생 차별이다. 학교 커뮤니티만 봐도 종종 보인다. 어쩔 수 없다. 캠퍼스가 분리되어 있으면 분리된 캠퍼스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게 사람이다. 그렇다면 편입생을 미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학교를 '쉽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3년 내내', '각종 스펙을 쌓아 가며', '갖은 노력 끝에', '어렵게' 학교에 입학했는데, 편입생들은 비교적 편하게 들어왔다는 것이다. 납득이 가는 듯하다가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럼 내 학점은⋯? 코로나 학번인 나는 서로 누가 편입생인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커뮤니티를 보면 제법 논쟁이 치열하다. 새학기만 되면 주기적으로 이 문제를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 나온다. 다들 알다시피 그런 싸움에는 끼지 않고 조용히 피하는 게 낫다. 생각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혐오는 비일비재하게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다잡고,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적절히 무시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생각나는 대로 적다 보니 생각보다 더 짧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아마 맞을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제외했다. 어딜 가나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한 내용을 골랐다. 편입생들은 정보를 얻을 구석이 없어서 서로에게 의존하는 일이 많다.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제한적이다. 최소한 첫 학기까지는 그렇다. 그래도 너무 낙담하지 말자. 몇몇 디메리트가 있어도, 학교는 생각보다 다닐 만하다. 한 학기를 견뎌내고 미래를 생각하는 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학교가 바뀌니 커리큘럼도 다르다고 무서워하지 말자. 공부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 이 글은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글이자 세상의 모든 편입생들에게 보내는 글이다. 당신이 헤매는 것은 다른 편입생도 헤맨다. 혼자만 이런 일을 겪는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나 역시 그랬고, 엉뚱한 길에서 많이 헤맸다. 그래도 어떻게든 적응하게 되어 있는 것이 사람이다. 새로운 곳이어도 '하던 대로'가 중요하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분명 우리 생각보다 잘 풀릴 것이다. 이미 편입에 성공한 사람들도, 편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어딘가의 편입생이 당신의 새로운 학교생활을 응원하겠다. 우리 다 같이 끝까지 버텨서 졸업까지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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