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중간고사가 물든다

편입일기

by 정연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10월이 지난다. 대학생들의 중간고사도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이다.

나 역시 중간고사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좋든 싫든 시험은 모든 학생들의 동반자나 마찬가지다. 불편한 관계이지만, 공부하는 자에게 있어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시험이다.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날씨, 단풍도 채 물들지 않은 시기. 학생들은 시험으로 봄이 왔음을 알아차리고, 시험으로 가을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중 누군가는 시험으로 후회를 반복하고, 누군가는 앞으로의 학습을 위한 기틀을 다진다. 대개 나는 그 사이에 선 사람이다. 나는 작은 실수로 놓친 작은 점수를 후회하지만 다음에도 그 실수를 반복할 것임을 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공부해 온 것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받고 나아갈 경로를 다시 한번 설정한다. 어느 한쪽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내게 있어, 시험은 가장 싫지만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기 위해 가을이라는 조건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나는 공부를 위해 시험을 필요로 한다.

시험을 보지 않으면 물론 편하다. 몸이 가장 편하다. 하지만 종종 마음은 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중간고사를 보지 않는 과목도 기말고사는 있다. 중간고사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언뜻 자비로워 보이지만, 사실 그건 내게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번의 실수가 한 학기 전체의 결과를 대변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받을 방법도 없다. 그래서 나는 종종 불안해지기도 한다. 한 번의 시험에 모든 것을 건다는 건 생각보다 불안정하고, 불공평하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가을의 시험은 한 번의 기회를 더 겠다는 자비와도 같다. 이번에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에 만회하면 된다는 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간고사는 일종의 적응기다. 이 수업에 적응할 기회.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 가을이 있듯이, 기말고사를 위해 중간점검을 하는 중간고사가 있다. 나를 괴롭히는 과정은 때로 내게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불평보다는 납득이 낫다. 내가 싫다고 해도 단풍은 물들고, 시험은 찾아온다. 그러니 나를 위해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군소리 없이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저 나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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