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영화 보는 방

다들 꿈꾸는 방 하나 즈음 있잖아요?

by 이서

영화관에서 일하다 보면 냄새로 팝콘 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멋진 능력이 생긴다. 특히 캐러멜 팝콘이 가장 맛있게 튀겨졌을 때는 그 어떤 때보다 달콤한 냄새가 난다. 때때로 함께 일했던 친구들과 영화관에 가면 냄새로 팝콘을 살지 말지 결정할 때도 있다. "오늘 팝콘 잘 튀겨졌는데? 먹을래?"라는 식으로 말이다.

내가 일하던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상영관 퇴장로 뒤에 숨겨져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엘리베이터였다. 나는 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을 참 좋아한다. 띵 하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팝콘 냄새와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순간만 느낄 수 있는 영화관만의 4DX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항상 그 엘리베이터를 사용한다. 영화관을 오감으로 느끼는 나만의 독특한 방법이다.

달콤한 팝콘 냄새와 벽 울림이 공존하는 공간이 우리 집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멀리 가지 않아도 항상 내 옆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영화 보는 방은 나의 오래된 꿈이었다. 영화 포스터를 모으기 시작했던 중학교 시절부터 어른이 되면 나만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영화 보는 방을 만들고자 다짐했다. 다만, 아직 독립의 꿈은 이루지 못해 영화 보는 방은 내 상상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이 꿈꾸는 방이 하나 즈음은 있을 것이다. 당장 이루지 못해도 좋다. 때로는 이루지 못한 꿈이 달콤한 법이니까. 다만, 마음 한편에 그 방을 그려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살아가는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그 방을 만드는 것을 실천하기를 꿈꾸면서. 당장 만들지는 못해도 자신이 만들고픈 방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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