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을 담은 완벽한 영화가 있는가?
사람들은 저마다 무조건적으로 보게 되는 영화 장르가 있다. 영웅이 나오는 액션 영화, 범인을 추리하는 스릴러 영화, 마음을 떨리게 만드는 로맨스 영화 등 자신의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가 나오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다. 내게는 작가, 편지, 서점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그렇다. 혹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거나. 이 두 가지가 교집합 되는 영화라면 백이면 백으로 취향을 저격한다. 그중 <비커밍 제인>을 가장 좋아한다.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의 자전적 영화로, 글을 쓰는 고뇌와 사랑, 그리고 그 시대 여자들이 갖는 한계를 보여준다. 작가, 시대극 이 두 단어가 만나는 순간이 나는 참 좋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왜 그 시대에 영원히 머무르기를 희망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낭만이 살아있던 시절. 그 낭만의 시대에 시대를 풍미하던 작가들과 함께 얘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이다. 내게도 한 시대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18세기 후반의 영국을 선택할 것이다. 아직 대영제국으로서 빛을 발하기 전의 영국. 나는 햄프셔에서 글을 쓰고 있을 제인 오스틴을 만나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 그 당시에 입던 옷, 그들이 즐기던 무도회, 도시화되지 않은 풍경 등이 나를 사로잡을게 분명하다. 물론 현대 사회의 기술이 그리워져 금방 돌아오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마음만은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최근 서점이라는 소재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는 <84번가의 연인>이다. 원제는 <84번가의 체이싱 크로스 로드>로, 뉴욕에 살고 있는 여작가가 런던에 있는 서점의 남주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그 우정을 이어나가는 내용이다. 연인이기보다 둘은 한 공통사를 가진 좋은 우정인 것 같은데 사랑으로 치부해 제목을 연인이라고 번역한 것이 다소 거슬리지만, 내용 자체는 훌륭했다. 편지에서 오는 느린 감각, 책이 가득한 서점만 그리고 작가인 주인공까지. 내가 반할만한 요소가 다분했다.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우연히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 무작정 넷플릭스, 왓챠 등 OTT 서비스에서 하나를 골라 영화를 봤을 때, 마음을 울리는 영화를 만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그럴 때면 나는 영화계정에 생각을 공유하거나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내가 느낀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때, 그 마음이 배로 더 커지는 기분이 든다. 영화를 글로 담아내는 것, 영화를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