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좋아하는 용기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by 이서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고 말하면 "그러다 그 일이 싫어지면?", "그냥 취미로 남겨두는 게 어때?", "철없는 소리야"와 같은 말들이 들려온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좋아하고 싶었을 뿐인데 왠지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 <나의 문구 여행기>라는 책을 한 권 읽으면서 그 생각은 더 커졌다. 부제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용기에 대하여>. 좋아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홀린 듯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저자는 졸업 후에 우연히 가게 된 유럽에 '문구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67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를 어디까지 좋아할 수 있나 실험으로 떠난 여행이 <아날로그 키퍼>라는 문구 브랜드까지 이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큰 의미로 확장해나간 그녀를 보면서 머리 위로 큰 돌덩이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래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용기구나. 좋아하는 것을 그저 취미로 끝내지 않고 특기로, 직업으로 발전시킨 그녀가 참 멋지게 느껴졌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행동을 옮긴다는 것은 크든 작든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이니까. 모두가 성공이라는 도착지에 도달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에 다다르게 된다. 성공의 길은 생각보다 만만찮고 세상에는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실패할까 봐 애초에 도전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늘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다니.


돌이켜보면 나는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좋아해 본 기억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좋아하는 것에 제대로 도전해본 적도 없다. 학과를 선택할 때도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택했고, 직업을 고민할 때도 안전한 직종을 희망했다. 나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용기가 없었다. 모두에게 다 있는 재능이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그 없는 재능이라도 공부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의 문구 여행기> 저자처럼 일단 좋아하는 것을 어디까지 좋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그게 나의 여행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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