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실전기(5)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농촌유학의 실태(?)
등교가 즐거운 삼형제. 학교에서 형제 중 한명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바로 바로 알려주는 멋쟁이들이다. 큰 아이가 등교 첫날 축구하다 안경이 부러졌을 때 잽싸게 동생이 엄마에게 전화해 제보를 해 주었다. 임시로 강력본드로 붙이고 생활하고 있는데 모양새를 보니 아무래도 주말에 한번 시내에 나가 안경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이곳으로 농촌유학을 온 엄마들이 모였다. 5가정 중 3가정이 이미 전남에서 농촌유학을 경험한 분들이다. 선배님(?)들의 농촌유학기를 들으며 내가 그동안 블로그나 체험글을 통해 본 것이 다가 아니구나 깨닫는다. 물론 이곳에서 하루하루 살면서 몸소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1. 숙소
농촌유학 3년차인 전남도 아직 숙소가 문제가 많다고 한다. 얼토당토 없는 관리비를 요구하는 곳도 있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품에 대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물품도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전북은 올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곳이다보니 열정은 넘치지만 농촌유학이 진행중인 지금까지 아직 준비가 덜 된 느낌도 있다. 갖춰져야 할 기본 생활물품(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구하면 현지 농촌유학 담당자나 학교, 농가에서 최대한 들어주려고 애써주고 있다는 점이랄까.
2. 사람
어딜가나 제일 골치아픈게 사람문제다. 관계로 맺어지는 사회에서 그 관계가 껄끄러울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 제일 해결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건 사실 서울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다. 펜션처럼 모여서 생활하는 곳의 경우 다양한 사람들이 매일 얼굴을 부딪히고 살아야 하는데 걔중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날 경우 은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동네 어르신들 가운데에도 참견하기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조금은 귀찮은 정도로 드나드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옆집에 노부부가 살고 있고 연세가 있으셔서 오가다 인사 정도만 나누는 터라 아직 큰 어려움은 없는 편.
3. 지원금은 언제...?
3월 지원금은 회계 문제로 조금 늦게 지급된다고 들었다. 서울은 예산 삭감 이후 아직 추경도 하지 않아서 언제 될지도 모르고 지원금이 나올지도 현재 미지수다. 근데 현지 지원금 역시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계좌번호를 적어서 낸 적도 없는데 3월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까지 아무런 안내가 없다. 4월 이후에 나오려나. 그래서인지 초반에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도 사야하고 3월 월세도 미리 내야 하고. 농촌유학 전에 여분의 돈을 따로 준비해둬야 생활이 궁핍하지 않을 수 있다.
4. 차는 필수
뚜벅이인 우리 가정은 농촌유학을 위해 차를 샀다. 서울에서는마트, 병원, 도서관, 학원, 학교가 다 도보권에 있고 대중교통 이용도 어렵지 않아 충분히 생활이 가능했기에 사실 정읍에 내려오면서도 차 없이 버스타고 걸어다니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차를 생각이 없었다. 필요하면 택시를 타야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현지 답사 이후 차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뒤늦게 샀는데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다. 차가 없으면 마트를 가기도 도서관을 가기도 쉽지 않다. 병원도 모두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동네에 마트가 있기는 하지만 있는것보다 없는게 더 많아 대형마트 방문은 필수다. 다행인건 정읍에 롯*마트가 있고 차로 15분 거리다. 마트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주말에도 한산하고 세일품목이 많다. 40% 할인 품목이 곳곳에 비치돼 있고 편의점 마냥 1+1도 많다.
5. 쓰레기 처리
난감하다. 쓰레기를 내놔도 수거해가지 않고(워낙 외진곳이라 그런가보다.) 쓰레기봉투도 큰 애들 위주로 판다. 주변을 둘러보니 쓰레기는 그냥 소각한다. 쓰레기 처리를 물으면 그냥 마당에서 태우라고 한다. 종이는 그렇다치지만 재활용품은 어찌해야 하나 싶어 처치 곤란인 상태로 집에 쌓여가고 있다. 마을 회관 어디께에 내 놓으면 가져간다고는 하는데 거기가 어딘지 동네를 둘러보며 찾아봐야겠다. 음식물쓰레기도 마당에 흙을 파서 묻어야 하나. 요즘은 바람도 세게 불어 불 날까봐 소각도 못하겠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다보니 불만이 좀 있어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여유가 생겨서 마을 한바퀴 돌아다니기도 좋다. 평지에 넓게 펼쳐진 논밭의 초록초록한 풀을 보면 눈이 즐겁기도 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빨래건조대가 벽돌 4장으로도 바람을 이기지 못하지만 공기도 좋고 햇살도 좋다. 자꾸 좋다좋다 하며 살다보면 또 좋아지는게 삶이라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