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실전기(8) 더이상 집에서 TV 보며 놀던 주말이 아니다
서울에 있을 때 주말은 별다른 일 없으면 늘 집에 있었다. 차가 없는 걸 핑계 삼아 여행은 잘하지 않았고, 매일 삼 형제 챙기는 게 힘들다는 핑계로 주말은 내내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가 한몫을 더해 더더욱 우리의 주말은 집콕생활이었다. 주말 내내 집에만 있는 아이들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셋이 보드게임도 하고 술래잡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층간소음 문제로 제약이 많았다. 밖에서 자기들끼리 놀고 오겠다고 해도 아파트 놀이터 말고는 딱히 갈 곳도 없고 놀이터에서 놀기엔 아이들도 커버려서 그다지 즐겁지 않아 했다. 오토바이가 차량 진입을 막아놓은 곳으로도 다니기 때문에 애들끼리 나가라고 하는 것도 걱정이었고. 그러다 보니 하는 일이라곤 종일 TV 보기 뿐. 평일 내내 놓친 프로그램을 몰아보기도 하고 OTT채널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며 보냈다.(이렇게 적어보니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시골로 오며 더 이상 아이들은 집에만 머물지 않는다. 집 밖으로 온 천지가 놀이터다. 아이들은 장화를 신고 텃밭에 흙을 고르기도 하고 삽으로 땅도 판다. 공터에 나가 공놀이도 하고 배드민턴도 친다. 밥 먹고 나면 동네 마실도 함께 가고 학교 숲놀이터에 가서 집라인도 탄다.
보통 주말엔 못 잔 낮잠을 자기도 하고 청소와 밥 하기 외 시간엔 주로 누워있던 나도 이곳에선 누워있는 시간보다 일어나 움직이는 시간이 늘었다. 남편이 해주었던 장보기도 내가 해야 하다 보니 주말엔 늘 차를 끌고 나가 마트를 다녀온다. 마트에서 본 장으로 아이들과 다양한 음식도 해 먹는다. 사실 겨우내 비싼 채소값을 핑계로 마트 필수품은 밀키트였다. 맛도 나쁘지 않고 이것저것 집에 있는 재료를 넣어 양을 늘려 다섯 식구가 먹었다. 그런데 이곳에 내려오면서 밀키트 구매율이 확 줄었다. 동네 할머니, 함께 농촌유학 온 엄마들이 챙겨준 쪽파, 쑥, 무 등을 이용해 음식을 해 먹고 마트에서도 기성품보다는 식재료 비율을 높였다.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잡채도 아이들을 위해 만들고 파전, 김치전도 부쳐먹으며 조금은 바쁜 주부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엔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봤다. 도서관도 차로 10분여를 달려야 하는 곳에 있다. 이곳엔 시립도서관이 3곳 있는데 그중 가장 가까운 곳을 애용하기로 했다. 시립도서관 치고는 자그마해서 종합자료실이 보통 3개 층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과 사뭇 다르다. 1층에만 종합자료실이 있고 2층엔 열람실이라고 공부를 할 수 있는 독서실, 동아리실 등이 있다. 오전 9시 반쯤 도착한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이것저것 골라 책을 봤다.(물론 만화책이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11시가 조금 넘어 사서가 다가와 내게 얘기했다.
"죄송한데, 여기 도서관이 작아서 점심시간이 조금 빨라서요. 11시 반이 점심시간입니다. "
도서관이 작은 것과 점심시간이 빠른 것과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서가 한 명인 걸로 봐서 점심시간은 문을 닫는다는 얘기인가. 그러니까 우리 보고 점심시간 전에 나가라는 건가. 한참 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슬슬 마무리하고 빌릴 책을 대출하라고 재촉하고 도서관을 나섰다.
검색을 통해 가성비와 맛집이라는 회관에 들러 육회와 비빔밥 등 점심을 간단히 먹고 집에 오는 길에 눈으로만 보았던 유적지인 만석보에 올랐다.
높이가 아주 낮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1분도 안 걸려 올라갈 수 있었다. 주변이 대체로 평야라 지대가 낮다 보니 야트막한 동산(?)에 올라 주변이 다 내려다보인다. 만석보 옆으로 흐르는 동진강에 철새가 떼로 앉아있다. 강 위에 까만 점이 무수히 많이 찍혀있다. 모두 철새다. 나름 고지대라고 바람도 적잖이 분다.
날씨가 따뜻하고 햇살이 좋으니 아이들과의 주말은 언제나 나들이의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많은 농촌유학의 추억이 쌓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