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실전기(7) - 과연 잘 키울 수 있을까
"살아있는 건 너희들로 충분해. 엄마는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는데 재주가 없어서 늘 죽게 되거든."
아이들에게 늘 했던 이야기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물고기를 키우고 싶다. 토마토를 키우고 싶다던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살아있는 건 아이들만 키울 수 있다고. 그러던 내가 시장에 가서 모종을 사고 직접 채소를 키워보겠다고 나섰다.(너무 언행불일치 아닌가요)
서울에서는 꽤 규모가 큰 경동시장, 약령시장이 코 앞이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규모의 시장에 크게 놀라지 않는 나였다. 이곳에 내려와서도 시장부터 찾았다. 지난주 가까운 시장을 찾았다. 5일장날 부푼 가슴을 안고 간 곳에서는 실망이 절로 나왔다. 규모도 너무 작고 시장이라 하기엔 너무 뭐가 없었다. 가서 도너츠 한봉지만 사들고 돌아왔다. 너무 실망해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오늘 제대로된 시장을 만났다. 정읍 샘골시장.
이제야 시장다운 시장을 만나는 구나. 과일, 채소, 생선, 반찬거리 등등 갖가지 재료들이 파는 대규모시장이었다.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장 구경 재미에 푹 빠져 샘골시장을 구석구석 둘러봤다. 이곳의 먹거리는 팥죽. 곳곳에 팥죽, 팥칼국수를 파는 가게가 많다. 그중 TV에도 나왔다는 한 팥죽집으로 향했다. 달달한 팥칼국수를 먹었는데 양이 많아서 다 먹지도 못할 정도였다.
뭘 사려고 갔다기보다 구경하러 간거였는데 자꾸 지갑을 꺼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낙지젓갈과 잡채를 사고 돌아 나오는 길에 모종가게를 발견!
집 옆에 작은 텃밭을 가꾸라고 준비해주신 땅이 있어서 그곳에 뭘 심을까 고민하던 차에 발견한 모종가게라 부리나케 달려갔다.
상추, 쑥갓, 치커리 등 다양한 채소 모종과 딸기 모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상추모종 3천원어치(대략 20여개)와 딸기모종 4개를 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식물은 못 키운다면서요)
텃밭자리가 아직 그냥 맨땅으로 흙만 덮여있었다. 삽으로 고랑을 만들어야 하는데 해야지 해야지 미루던 내가 기어코 삽을 들었다. 상추와 딸기 모종이 어서 빨리 나를 심어달라고 유혹해서.
삽으로 땅을 엎고 다지며 물을 주고 고랑을 만들었다. 구멍을 내 상추를 심고 딸기도 심었다. 아직 다져야할 땅이 더 남아있지만 내 체력은 여기까지인걸로. 나머지는 애들 아빠에게 부탁하기로.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은 신나서 텃밭으로 향했다. 상추와 딸기에게 콩콩이 통통이 킹킹이 추추 쑥쑥이 토토 등등 이름을 지으며 잘 자라 달라고 말했다. 저녁 식사 후 먹은 포도에서 나온 씨앗을 가져다 장화까지 갖춰신고 텃밭 한 구석에 땅을 파서 심었다. 그 포도가 자랄까. 싹은 나려나. 우리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열매를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좀 더 날이 풀리면 고추, 토마토 등 모종을 사다가 아이들과 함께 심어야겠다. 아직은 추워서 고추 등은 하우스에서 심어야 한다고 하니. 모종삽을 하나 구해다가 아이들과 심으면 물도 잘 주고 관심도 많이 가지겠지. 그렇게 우리는 집안에서 농촌유학의 목적인 생태교육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