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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x Apr 07. 2023

[삼형제 도시탈출기] 14. 비상! 아이들이 아프다.

농촌유학 실전기(10) 독감이 상륙했다.

날씨가 참으로 따뜻했다. 집 앞으로 매일 따뜻한 햇살이 비췄다. 사실 해는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했다. 그래서 너무 방심했던 걸까. 아이들의 코가 막히기 시작했다. 훌쩍거리고 이따금 기침을 했다.


두둥.

큰 아이의 기침이 심상치 않다. 간헐적인 기침이 자주 종종 따위로 올라왔다. 머리도 아프다고 했다. 이마를 만져보니 미지근하다. 밤사이 잠을 자다가 아이의 이마를 만졌다. 한밤 중 체온이 기어코 38도를 넘었다. 밤사이 휴대폰으로 근처 소아과를 검색했다. 전에는 고민하지도 않았던 주차장 여부, 주차공간이 넉넉하게 있는지 등도 찾았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거리에 두 개 정도의 소아과가 있는데 둘 다 대기가 많고 주차공간도 부족해 보였다. 부랴부랴 다시 검색. 기어코 타 시군을 넘어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코로나 검사를 했다. 결과는 음성. 동생들은 열이나 이상 증세가 없어 학교에 보내고 큰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결과 코로나는 음성이었으나, 독감 검사 키트 A 아래에 흐릿한 줄을 만들었다. 독감 판정을 받고 타미플루 처방을 받고 집으로 향했다. 병원만 오가는데 1시간. 사실 시골에 가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이 이거였다. 마땅한 병원이 없는 거. 병원을 가려해도 차로 2~30분을 나가야 하고, 동네에 약국도 구경하기 힘들었다. 임시로 가져온 비상약을 쓰지만 독감처럼 병원 방문을 요하는 병의 경우는 비상약으로 택도 없다.



다행히도 아이의 열은 하루 만에 잡혔다. 다음날부터 열은 내렸는데 목이 많이 아파서인지 말도 못 하고 기침도 많이 했다. 가습기를 틀고 습도를 조절했다. 3일 차가 되니 목소리도 나오고 점점 회복되는 것 같았다. 집에서 마스크도 씌우고 동생들과 밥도 최대한 따로 먹게 하고 서로 가까이 있지 못하게 했다. 이럴 때 더더욱 애틋해지는 형제애인지 막내는 하교 후 형에게 학교에서 받은 간식을 건넸다.


그나마 다 나아져서 다음 주면 학교를 갈 수 있겠구나 하던 차에 덜컥 둘째 이마에 빨간불이 떴다. 기침도 하고 머리도 배도 아프다고 했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 녀석을 모두 데리고 30분 거리 타 시군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둘째 녀석도 독감. 형과 같은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믿었던 막둥이마저 독감 확진을 받았다.

막둥이 병원 방문기는 또 브런치 소재를 만들려고 했는지, 8시부터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30분쯤 지나도록 순서가 그대로라 지켜보니 의사 개인 사정으로 10시까지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통보를 받았다. 병원에 물어 부랴부랴 인근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따뜻한 날씨에 깜빡 속았다. 독감이 지금 유행이라고. 서울은 난리라고. 이 소식을 애들이 아프고야 알았다. 확인해 보니 학교 안에서도 아이들이 감기로 고생 중이라고 했다. 시골 학교이긴 하지만 동네 아이들만 다니는 게 아니고 시내에 사는 아이들도 통학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독감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타고 이곳에도 왔나 보다.


따뜻했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비로 바뀌며 서늘해졌다. 이번 독감을 끝으로 올해는 더 크게 아프지 말자.



https://blog.naver.com/119gag/2230674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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