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실전기(11) 당신은 농촌유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농촌유학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작년 교육청 예산심사 때부터 불거져 나온 농촌유학 예산 전액 삭감을 시작으로 그 위기가 점점 표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추경을 통해 올해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했던 서울교육청. 이야기가 잘 되어서 통과될 거라고 해서 약간의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1년 예산 가운데 절반만 통과됐다. 2학기는 추경을 통해 확보한다고 하지만 시의회의 회의를 보면 가능성이 희박하지 싶다.
서울시의회는 작년 교육청 예산에서 농촌유학이 본예산이 아닌 기금을 통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해당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기금 내에서 교육청이 임의로 예산을 쓸 수 있으니 감시하는 기관으로서 기금을 본예산으로 편성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이후 지난 4월초 추경이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다달이 받는 지원금이 적지 않다보니 평소라면 챙기지 않을 의회 교육위와 예결위 회의를 찾아봤다. 영상회의도 보고 회의록도 보고.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연 농촌유학 사업을 제대로 알기는 하는 걸까, 그래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얘기하는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일었다.
교육위는 우선 올해는 농촌유학 학생이 있으니 이들에 대한 예산만 편성하고 내년에는 사업을 없애라고 주장했다. 예결위는 그 조차도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그나마 본회의를 통해 절반이라도 챙겼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서울시의회 모 의원은 농촌유학 반대 이유로 서울로 복귀했을 때의 문제점 몇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적응, 둘째 학력편차, 셋째 예체능 교육 중단. 그가 주장한 이 문제점은 사실상 서울교육 자체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우선 적응 문제. 농촌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연을 맛본 친구들이 서울로 올라오면 빡빡한 학습환경에 적응을 못한다는 주장. 이는 정말 서울교육이 문제있다는 거 아닌가. 자연에서 뛰어노는 교육,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해야 하는 교육,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앞으로의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할 목표다. 국영수 위주의 획일적 교육을 중시하며 빡빡한 스케쥴에 놀 시간이 부족한 서울교육은 사실 이런 문제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앞장서야 한디. 아직도 성적에 급급해 기초학력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사고관을 가진 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다. 또 수업 외 친구들과의 교류 역시 겨우 1년이다. 1년 다녀온다고 해서 학교 친구들이 다 바뀌어 있는 것 아니고 아이들이 시골 다녀왔다고 해서 소외시킬만큼 나쁘지 않다.
둘째 학력편차. 시골학교는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비해 느슨한 것은 사실이다. 선행에 앞장서지도 않고 학원을 다니는 아이도 많지 않으니(특히 농촌의 작은학교는) 뛰어난 국영수 실력을 갖춘 학생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에 충실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반에 정원이 적으니 좀 더 집중해서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발표의 기회, 내 의견을 말한 기회도 보다 많기 때문에 토론 수업역시 소외되는 친구들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단순한 수치의 국영수 성적만을 본다면 지적한 부분이 맞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이 언제까지 국영수만 외치며 나아갈 것인가. 토론, 발표를 통해 수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
끝으로 중단되는 예체능 수업. 농촌유학 학교는 소규모 학교이다보니 방과후활동을 모든 학생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방과후수업을 대체로 예체능 특기적성 등의 수업이 많다보니 플룻, 승마, 골프와 같이 평소 서울에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수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 의원은 이같은 수업이 시골해서는 이뤄지지만 서울에서는 끊기는 걸 문제 삼았다. 이상하지 않나. 한번 경험을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없나. 만약 시골에서 해본 수업이 마음에 들고 계속 원할 경우는 비용을 들여서 서울에서 이어가지 않을까.
농촌유학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그들이 직접 만나봤음 좋겠다. 이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혹여 불만족이 있다면 사업자체를 중단하기 보다 어떻게 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에 더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농촌유학으로의 인구유입이 소멸해가는 농어촌에 얼만큼의 단비 역할을 하는지도 살펴봤으면 좋겠다.
(다음편 예고 : 삼형제의 도시탈출기 16. 지속가능한 농촌유학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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