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실전기(15) 좋은 일 뒤 나쁜 일.. 나쁜 일 뒤 좋은 일.
지난 5월은 참 힘든 달이었다. 주방 바닥에서는 물이 새고,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잇따랐다. 그런 가운데 큰 아이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었다. 지역 동시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해외문화체험단에 선정돼 여름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됐다. 이런 걸 호사다마라 했던가.
5월 중순. 청소를 하는데 주방 장판 사이에 물이 조금 흘러 있다. 아이들이 물을 흘려 닦다가 남겨 놓은건가 하고 닦으려다 혹시 장판 밑으로도 물이 들어가지 않았나 확인하려 장판을 들췄다. 띠로리~~ 아이들이 흘린 물이 아니다. 장판 밑으로 물이 축축하다. 전기필름을 보호하기 위해 덮어놓은 보온재가 축축하게 물을 머금고 있다. 세탁기 배수관 물이 샌건가 냄새를 맡아봐도 무색무취다. 일단 주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장판을 걷자니 냉장고와 세탁기를 내가 혼자 옮길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답한 마음에 걷어둘 수 있는 부분만 걷었다. 조금이라도 물기를 닦아야 할 것 같아 수건을 걸레삼아 닦고 또 닦았다.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설비를 하셨던 분들이 왔다. 원인은 수도연결부위 부속 불량. 물이 콸콸 나왔더라면 차라리 빨리 눈치를 챘을텐데 한방울 한방울 쪼록쪼록 나온 물이 바닥으로 스며들며 전기필름 아래까지 몽땅 젖었다. 눈치를 못챘으면 마냥 물이 샜을 거란다. 진즉에 주방쪽 전기필름 콘센트를 빼놓아서 다행이지 큰일날뻔 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주방 물품을 모두 빼고 장판, 보온재, 필름 등을 걷었다. 자연적으로 마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당분간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보름이 지나도록 주방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참다 참다 보름이 지나서 연락을 했다. 설비팀이 잠시 다녀가더니 바쁜 일이 있다며 다음주 중에 걷어놓은 아이들을 다시 깔아준다고 한다. 이게 한달여나 지체될 일이었나 싶다. 마르기는 이미 걷은지 2~3일내 다 말랐더랬는데.)
불편함이 길어지니 불만도 늘어간다. 주방 살림이 몽땅 밖으로 나와있으니 거실이 정리가 안되는 것 마냥 너저분해보이고 식사준비를 하러 주방에 갈때는 신발을 신어야 하고 식사 공간이 또 거실로 나와있다보니 밥상 차리는 시간도 더디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 여럿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이게 다 주방이 저렇게 되면서 일이 틀어진건가 싶어 괜히 원망만 쌓여가고 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이런 가운데 큰 아이에게는 기분 좋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부안에서 열린 한국동시축제에서 손바닥 동시 부분 장려상을 탔다. 사실 큰 기대 안했는데.. 내가 보는 동시의 기준과 심사위원이 보는 동시의 기준이 다른가보다. 그동안 너무 동시를 살펴보지 않은 내 탓이기도 하고.
전북에서 초중고 학생을 뽑아 해외문화체험학습을 보내준다.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5개국에 5일여의 일정으로 학생들을 보낸다. 우리 지역에서는 초등 10명을 선발했다. 나라별 2명이 해외문화체험을 하게 된다. 자기소개서 등을 바탕으로 1차 서류에 뽑힌 큰 아이는 5월초 면접을 봤다. 그리고 다행히도 원하던 나라에 선발됐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좋은 기회를 통해 가게 됐다. 부랴부랴 여권사진을 찍고 여권을 만들었다. 면민의 날 경품과 동시축제 장려상 수상, 해외문화체험까지 농촌유학의 최대 수혜자는 아무래도 큰 아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