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x May 03. 2023

[삼형제 도시탈출기]18. 체력을 키워야하는 이유

농촌유학 실전기(14) 왠지 자꾸 눕고 싶어주는 주간

나의 주말은 언제나 집이었다.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드물고 나가더라도 동네 바운더리에 머물렀다. 기껏 멀리가도 서울을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시골로 오고 나의 주말은 언제나 외출중이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언제나 삼형제와 함께 집을 벗어난다.


일단 주말마다 스케쥴이 생겼다. 토요일에는 신나는 체육교실 프로그램으로 오전에 트렘폴린 수업을 한다. 일요일 오전엔 승마수업. 둘다 아침부터 가야 하니 학교가는 날과 다름없이 일어나 준비하고 집을 나서야 한다. 여기에 무슨 욕심이었는지 엄마는 오후에 스케쥴을 또 추가했다. 지역 도서관 상주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수업. 토요일은 아이들, 일요일은 엄마와 함께 하는 수업이다.  어린이날 주간이 끝나면 오후 수업 시작이다. 이곳에 있을 때 할 수 있는건 다 해보자는 내 욕심이 결국 내 몸에 입술 수포라는 영광의 상처(?)를 안겼다. 



지난 주말 아이들 트렘폴린 수업 후 딸기체험 농장에 들렀다. 텃밭에서 자라는 상추로 아이들에게 첫 수확의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상추는 자라지를 않으니 다른 것이 무엇 있을까 하는 맘에 찾아본 딸기체험이었다. 개인체험은 마지막이란 말에 부랴부랴 신청을 서둘렀다. 수업과 체험 사이의 시간을 간단한 식사와 차 안에 머무는 것으로 보냈다. 비가 너무 내려서 밖에서 놀 수도 없었기 때문에 차로 이곳저곳 이동하다가 결국 딸기농장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농장에 있는 트렘폴린 위에서 땀이 나도록 뛰어도 체험시간이 안됐다. 혹시나 하는 맘에 문의해보니 단체팀과 함께 딸기따기 체험을 해도 된다고 해서 시간을 조금 앞당겨 딸기를 딸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니 달달한 딸기 향이 코를 찌른다. 대롱대롱 매달린 빠알간 딸기를 톡톡 따서 입에 넣었다. 정신없이 딸기를 먹다보면(사실 그렇게 많이 먹지도 못했다) 어느새 배가 부르다. 아이들에게서 단내가 풀풀 난다. 신난 아이들의 얼굴이 딸기만큼이나 붉게 물들었다.  더이상 딸기가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을 즈음 집에 가져갈 수 있는 플라스틱 팩을 받았다. 아이들과 빨갛게 익은 예쁜 딸기를 가지런히 담았다. 얼굴과 손가락에 빨간 물이 든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신나 비닐하우스 안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누가 더 많이 예쁘게 담았나 내기도 하고 담는 와중에 또 맛있어 보이는 것을 따서 먹고 너무 재미있다며신나했다. 진작 이런 체험을 시켜줬어야 하는데 늦도록 한번도 못해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아이들은 좋아했다. 여기 있는 동안은 다양한 체험농가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은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고 일요일 아침 승마수업을 갔다. 자리가 비어 승마수업을 두번 연속으로 받고 집에 오니 나도 아이들도 지쳤다. 약간의 쉼 후 오후에는 이웃마을 농촌유학 엄마들의 초대로 저녁식사 자리에 갔다. 아빠들은 고기를 굽고 엄마들은 찬과 밥을 챙겨 아이들과 나눠먹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는 동안 아이들은 저들끼리 물풍선 놀이, 강아지 만지기 등등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 시골마을이 모처럼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이틀간 피곤이 쌓였는지 나는 입술에 수포를 얻었고 여기에 자꾸만 눕고싶어병이 생겼다. 이번주는 왜인지 자꾸만 눕고 싶다. 쉬고 싶다. 뭔가 하기 귀찮다병이 생겼다. 아무래도 운동을 하며 체력을 키워야 하는가보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보내려면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삼형제 도시탈출기]17. 너의 이름을 불러줄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