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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x Feb 15. 2023

[삼형제 도시탈출기] 03. 좌충우돌 준비기

농촌유학 준비기(3)

1월 농촌유학 1차 배정이 발표됐다. 우리는 예상대로 가고자 하는 학교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차근차근 준비만 남았다. 학교를 정하고 살집도 정했으니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리스트를 뽑아 계획서를 작성했다.

옷가지와 책, 교과서, 생필품 등등 가져가야할 목록을 적고 차례로 준비하기로 했다. 옷은 일단 여름옷부터 챙기고 봄가을 및 겨울옷은 현재 입고 있는 옷이 있어서 내려가기 직전 챙기기로 했다.

교과서는 이미 겨울방학 전에 받은게 있어서 국정 교과서는 챙겨가야 했고 문구점이 가까이에 없을 것을 생각에 집에서 쓸 학용품도 구비해야 했다.


가볍게 생각한 농촌유학이었는데 이렇게 목록을 적고 보니 두집 살림을 하는 거라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하다못해 그릇, 냄비도 챙겨야 하고 이불이며 기타 등등 집에 있으면 굳이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계속 준비목록에 추가됐다.


준비만으로도 벅찬 와중에 찜찜한 뉴스를 접했다. 서울시의회에서 농촌유학 예산 10억 전액을 삭감한 것이다. 우리집은 아이가 셋이라 다달이 50만원.. 거의 월세에 가까운 돈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 것인데 이게 홀랑 날아가게 생겼다는 것이다. 황당한 소식에 교육청과 의회에 문의를 했다. 농촌유학을 준비중인 학부모들이 일부 모였고 함께 행동에 나섰다. 그 덕에 조용히 살던 내가 뉴스와 신문에 등장하게 될 줄이야...


일단은 2월20일 임시회에 추경을 통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말을 믿고 나는 내려가는 걸 준비하기로 했다. 


시골길에 타기 좋은 경차도 한대 구입했다. 15년만에 운전대를 잡고 여기저기 운전연습을 나섰다. 책을 한보따리 쌌다가 차에 다 못넣을것 같아 다시 빼고, 생필품도 한보따리 쌌다가 다시 풀고 매일 박스를 풀었다 채웠다 하는 중이다. 


시골생활이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건 인터넷 설치가 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였다. 현재 서울 집에서 쓰고 있는 인터넷이 있어 할인을 위해 결합해 추가 설치를 하려 했는데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는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했다. 유일하게 한 곳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이 마저도 당일 설치에서 가능 불가능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미리 알수 없다는 불안감과 안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이들 태블릿 학습도 있고 나도 글을 써야 하고 너무 고립되지 않는 삶을 위해서는 인터넷 설치가 필수인데 이게 안될 수도 있다니 너무 막막했다. 데이터 무제한에 핫스팟으로 쓸까 했더니 핫스팟은 죄다 무제한이 아니다. 데이터를 잡아 쓰는 오피스형 인터넷도 무제한이 없고 요금도 2~3배 비쌌다.


이래저래 신경 쓰일 것이 많은 농촌유학을 나는 참으로 쉽게 결정했는가보다. 그 쉬운 결정에 따른 고생을 지금부터 하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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