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준비기(4)
몇주 전부터 마음이 싱숭생숭이다.
처음 농촌유학 결정을 내릴 때는 쉬웠는데 막상 내려갈 날이 가까워오니 이것저것 걱정이 앞선다.
너무 외진 곳이라 위험하지 않을까. 재활용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하나. 인터넷이 정말 안되면 어떻게하지. 그나마 다룰 줄 아는 우쿨렐레도 데려가야 하나. 추위와 더위는 괜찮을까. 편의점이나 약국이 먼데 급할때는 밤길 운전을 해야 하나. 서울에 혼자 있을 남편이 많이 외롭지 않을까. 등등...
쌓이는 걱정만큼 설레는 기대도 커졌다.
매일 얼굴이 까매지도록 마당에서 뛰어 놀 아이들. 야외에 캠핑의자를 하나 놓고 마실 따뜻한 커피 한잔. 집순이인 나에게 딱 맞을 누군가에게 방해 받지 않고 오랜시간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 편안함. 날려버릴 층간소음 스트레스. 자꾸 불러대는 학교 행사, 회의로부터의 해방감 등등..
걱정, 기대와 함께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일단 다시 꺼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여름옷을 시작으로 학용품, 교과서, 세제, 양념, 그릇, 이불 등등을 쌌다. 나름 계획표도 만들었고 그에 맞게 넣는다고 넣었는데도 짐이 점점 늘어 차에 실릴까 걱정이 됐다. 짐을 싸고 다음날이면 다시 풀어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뺐다. 매일 싸고 풀고 싸고 풀고, 맥시머니스트인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최소한의 짐을 꾸렸다.
여름옷 한상자, 봄가을겨울옷 한상자, 생활용품 한상자, 교재 한상자, 학용품 한상자 등등.. 모든물건을 품목별로 한상자씩만 만들고자 했는데도 짐이 산더미이다. 작고 소중한 배기량을 갖춘 경차에 과연 다 실릴까 하는 걱정에 일부를 택배로 보낼까도 알아봤는데 택배비도 만만치 않다. 다시 포기하고 짐을 버린다.
아직 이불이 다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차가 가득이다. 가뜩이나 작은차가 고속도로를 잘 달려줄지... 80 이상 못밟을것 같다. 밟아도 나가지 않아서.. 뒤에 글귀를 하나 붙여야 하나 싶다.
"저도 80 이상 밟고 싶은데 차가 안나가요 ㅠㅠ"라고..
짐을 꾸리며 압축팩이 한몫 했다. 옷도, 이불도 모두 압축팩 부피를 줄였다. 짐을 싸고 차에 싣고 하니 정말 이제 서울을 떠나는 것 같다.
전입신고도 해야 해서 정부24어플을 깔고 하려니 현재 세대주를 빼고 세대주를 새로 꾸려 아이들과 전입신고를 할 경우 아빠(현 세대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번거롭다. 나도 내 아이의 보호자인데, 호주제가 폐지된 게 언제인데 이렇게 번거롭게 하다니. 그래서 그냥 내려가는 날 현지에서 하기로 했다.
이제 농촌유학의 준비기가 끝났다. 이제는 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