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3
마블 시리즈의 오래된 팬으로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1이 개봉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이전의 영웅들은 타고난 정의감과 선량함으로, 우연히 얻게 된 슈퍼파워에 대한 책임감, 또는 부모님과의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의 극복을 통해서, 어쨌든 모종의 계기와 성장을 통해 히어로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처음 영화가 시작했을 때, 낯설고 어두운 행성에 홀로 도착한 스타로드가 갑자기 워크맨을 꺼냈고, 70년대 히트곡인 come and get your love(rebone)이 흘러나오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hey 소리에 맞춰 영화의 타이틀이 크게 박힌다. 첫장면부터 다른 히어로영화들과는 궤를 달리하던 이 영화는 장장 10여년에 가까운 트릴로지와 몇개의 시리즈를 통해 마블 최초 '히어로팀'의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시리즈의 1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탄생, 시리즈2는 스타로드의 출생의 비밀과 새로운 멤버의 합류,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의 내용을 통해 관계의 변화를 이루고 마지막인 3탄에선 홀로 블립되지 않았던 로켓 라쿤의 완성을 이루어낸다.
이 영화는 저마다 모자란 밑바닥 인생들이 모여 어떻게 남을 돕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영웅이라기엔 과분한 이들은 자경단으로 묶이며 내킬 땐 멀리까지 찾아가 도움을 주고 불의는 지나치지 못하는 선의를 가진다. 사람을 구해야하는 히어로들은 그들의 이중생활이나 모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 혹은 신념 사상등으로 고민거리를 가진다면 이들은 '왜 구해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부터 시작한다. 그야 창립계기는 교도소에서 이루어졌고 멘티스를 제외하면 모두가 강력범들(스타로드 제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0이 아니라 마이너스부터 시작한 이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어린아이와 생명체를 구해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내 가슴이 다 뭉클해진다.
엔드게임까지 거쳐오며 대부분의 멤버들은 각자 성장을 이루어내거나 치유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스타로드는 연인을 통해, 드렉스는 복수와 멘티스 사이의 관계로, 가모라와 네뷸라는 타노스가 사라진 후 화해 등 저마다 관계나 과거를 마주함으로 성장해냈다. 실험용 라쿤이었던 로켓만은 달랐다.
동물실험을 통해 똑똑한 두뇌를 가지게 되었다는 로켓은 라쿤이라고 말하는 스타로드의 말에 성을 낸다. 누가 봐도 라쿤이라 놀리는줄 알고 화를 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자신이 라쿤인줄 몰랐던 것이다. 라쿤은 지구에만 있는 동물로 토르는 그를 토끼라 했고(실제로 토르에 나온 아스가르드의 토끼와 닮은형태다) 콜렉터는 원숭이라 한다. 이들은 모두 다른 행성의 사람들로 라쿤을 모르기 때문이다.
제임스건 감독의 작품들은 모두 노래와 춤으로 시작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그리고 드라마인 피스메이커도. 이번역시 밝은 노래와 춤으로 시작할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radio head의 creep 반주가 음울하게 흘러나오며 로켓이 따라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구보다 똑똑한 로켓이 i'm a creep(멍청이)라며 자신을 칭하는 자기혐오가 다른 시리즈들과는 또다르게 흘러갈 것이란 걸 예고하는 듯 했다.
제임스건 감독의 작품들은 모두 노래와 춤으로 시작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그리고 드라마인 피스메이커도. 이번역시 밝은 노래와 춤으로 시작할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radio head의 creep 반주가 음울하게 흘러나오며 로켓이 따라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구보다 똑똑한 로켓이 i'm a creep(멍청이)라며 자신을 칭하는 자기혐오가 다른 시리즈들과는 또다르게 흘러갈 것이란 걸 예고하는 듯 했다.
갑자기 노웨어에 들이닥친 소버린족의 전사 아담워록과의 전투로 로켓은 큰 부상을 입는다. 의료팩을 대는 순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며 치유는커녕 오히려 더 죽어간다. 알고보니 그 생체 내에 치유팩 발동시 자폭장치가 발동되도록 암호화가 되어있던 것. 로켓을 살리기 위해 다른 가디언들이 로켓을 실험한 오르고스코프로 잠입하는 것이 초반부의 내용이다.
오르고스코프에서 훔쳐낸 자료로 로켓의 과거를 알게된 멤버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동물실험으로 몇번이고 개조당하다 결국 믿음도 배신당하고 친구들마저 모두 죽게된다. 플래시백으로 중간중간 나오는 로켓의 과거는 현재의 동물실험을 비난하는 것 같으면서 우리가 인간의 입장이 아닌 동물에게 이입하게 만들어 더욱 서글프게 한다.
로켓의 이야기가 중점이라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이야기역시 모두 알차게 배정되어있었다.
배트맨과 슈퍼맨 시리즈가 고뇌하는 히어로의 시작을 열었다면 스파이더맨은 소시민적인 히어로, 아이언맨은 성장하는 히어로의 시대를 열었다. 요 몇년간 히어로 영화의 생태를 MCU가 장악하면서 대부분 이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오갤 시리즈역시 1,2는 이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엔드게임까지 이어져온 성장 이야기는 거의 완성형이라고 본다. 3탄은 성장을 끝낸 우리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헌사와도 같은 이야기다. 얼마나 이 친구들이 성장했는지, 그리고 성장의 끝을 보여주는 듯 하다.
3시간이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이 행성 저 행성, 그리고 과거와 진실을 밝혀내며 우당탕탕하지만 결국 마지막은 이들이 모두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지구로,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스타로드와 자신이 선택한 또다른 가족을 찾은 가모라, 학대받아 분노에 차 있던 과거를 넘어 좋은 도시를 만드려는 네뷸라,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에 휩싸였지만 갈 곳 잃은 아이들을 돌보게 된 드렉스, 갇힌 세상만 보고 언제나 남에게 맞추어 살았지만 이젠 더 넓은 세상으로 시야를 확장하려는 멘티스, 그리고 친구들을 많이 잃었고 정체성을 몰랐지만 스스로 무엇인지 알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든 로켓과 그루트.
고등생물만 구하자던 로켓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기 라쿤들이 우리에 갇힌 것을 보고 출신지를 확인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테란이라 부르는 지구 출신의 작고 연약한 아기 라쿤들이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라쿤들을 구하자 근처의 다른 생물들도 눈에 들어온다. 고등생물만 구하자던 로켓은 지능에 상관없이 어떤 생명체든 다 구한다. 동물들이 노웨어로 뛰어들어오는 장면은 흡사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킨다. 이들을 구하느 것이 인간이 아니라 똑같은 동물이란것도 인상깊다.
떨어뜨린 mp3를 주우러 가다 스타로드는 우주에 낙오된다. 2에서 욘두가 죽을 때처럼 죽음이 코앞일 때 그루트가 살려주었던 워록이 그를 구한다. 사실 워록은 가모라에게도 이전에 한 번 구해졌다. 그루트는 그에게 누구에게든 한번은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그건 그에게 한번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말하는 기회였다. 가모라가 한 번, 그루트가 한 번. 혹은 또 다른 사람이 또 다른 기회를. 그는 그 기회를 통해 영웅으로 거듭난다. 미성숙하고 힘만 가진 어린대포였던 워록은 선함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하등생물인 식물 그루트는 1탄에서부터 이런 선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켰다. 사실상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는 그의 선함으로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루트가 자신을 희생해 모두를 구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 역시 선함을 베풀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하등하다고 여기는 그루트가 이 멤버들 사이에선 가장 정신적으로 완전하다는 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을 독립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흔히 독립을 했을 때 완전한 성장이 이루어졌다고 말하듯이 이들은 이제 가족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하는 힘을 기른 것이다. 선대가 죽거나, 희생같 것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게 아니라 각자가 온전한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독립'하게 된 것이다.
이들 모두 불완전한 어린시절이나 어떤이유로 온전한 성인들은 없었다. 몸만 크지 대부분 어린아이와 같았기 때문에 어벤져스나 앤트맨팀에 비하면 매번 싸움이 일어난다. 어떻게보면 형제같은 사이로도 보인다. 스타로드는 가모라의 마음을 확인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주하지 못했던 과거와 고향을 찾아가기로 한다. 할아버지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 믿음으로 찾아간 그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진정한 보호자의 애정을 느낀다.
가모라는 라바저스로 다시 돌아간다. 어떤 사이였는지 마음이었는지 이해하고 인정하지만 그건 역시나 미래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남녀 사이의 애정보다도 가족의 사랑을 우선한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있으니 이제 믿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남을 쉽게 믿을 수 없던 이들에게 생긴 믿음은 이제 그 무엇보다 단단한 것으로 엮여있다.
멘티스역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떠나겠다고 하자 로켓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거냐며 서글픈 표정을 짓자 피터는 그에게 캡틴의 지위를 넘기며 경례한다. 모든 이들이 로켓에게 라바저스의 인사를 하고 로켓은 피터가 남긴, 주우려다 죽을뻔하기까지 했던 mp3의 노래 중 가장 마지막 플레이리스트인 2000년대 노래를 재생한다.
florence + the machine의 dog days are over가 재생되며 하나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춤을 싫어하던 드렉스도 춤을 추는 모습이 나오며 피터는 지구로, 가모라는 라바저스로 돌아간 모습들이 나온다. 오프닝에서 스킵했던 댄스가 엔딩에 축제처럼 보여지며 노래가사가 흘러나온다. dog days는 끝났다고
우리나라의 복날에 해당하는 dog days는 여름의 가장 더운 날을 말하며 가장 힘든 시기를 은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밑바닥에서 살아오던 이들이 10년에 걸쳐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어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것에 대한 축제다. 이제 각자의 인생을 찾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할 때다. 힘겨운 날은 지나갔으니 좋은 날이 이어질 거라는 기도다.
새 가디언즈와 마음에 드는 가수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로켓이 선택한 곡은 이것이다.
come and get your love
(와서 너의 사랑을 가져가)
오프닝에서 스타로드가 처음 듣던 이 노래는, 1편에선 이 영화가 어떤 장르인지를 선언하는 상징이었고 엔딩에서 다시 한 번 들려줌으로 이 영화가 어떤 영화였는지 끝맺음을 말한다. 영화는 1에서부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그저 사람대 사람사이의 모든 사랑을. 그것은 가족애일 수도 있고, 친구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그저 낯선이에게 베푸는 생명체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분노나 증오보다는 결국 사랑으로 이들은 행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