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엔 유독 isfp들이 많다. 신기한 건 isfp라면 꽤나 높은 확률로 잘맞는다는 것이다. 조용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보유한 에너지량이 적은 사람들이 어떻게 꽤나 반대축에 있는 나(enfj)와 친해질 수 있는 것일까?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다.
isfp의 공통점은 귀찮은 걸 정말이지 극도로, 혐오한다는 것이다. isfp 1은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싫어서 몇시간을 카톡방에서 징징댄다. 3-4시간을 우울해하고나서야 화장실청소가 끝났다는 인증 카톡이 올라온다. isfp 2는 일어나는 것이 너무 귀찮다며, 지각을 밥먹듯이 한다. 지각을 하고나면 뻔뻔하게 애교를 부리며 그 상황을 무마한다. isfp 3 또한 지각을 꽤 자주 하는 편이었고, 커피를 사오면서 항상 늦지 않는 척 + 면죄부 신청을 했다. 약속이 깨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 이들은 눈엣가시같은 존재기도 했으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느릿함과 여유는 결국 그들을 사랑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가 느꼈을 땐 모두 호불호가 굉장히 강하다. 중요한건 티가 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너무 유들유들한 이미지라서, 또라이도 많이 꼬이는 듯 했다. isfp 모두 상대방이 또라이라는 걸 알고있으나 티를 낼 수 없는 성격상 참고 견디는 듯했다. 싫은 사람과는 절대 같이 무언가를 같이 도모할 수 없는 나로서는 이들을 볼 때 답답함이 항상 동반된다. 또한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땐 내가 대신 불질러주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또라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부처님도 isfp 였을까 ?
특유의 양반 느낌. 이것 또한 isfp를 구성하는 중추적인 요소이다. 같이 있다보면 이들의 삶에 대한 여유로움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걸까 궁금해진다. 분명히 돈 나올 구석이 없는데 돈에 대해 느긋하다. 지금 누가 봐도 지각을 했는데, 절대 뛰지 않는다. 나라면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해야할 것 같은데 일단 커피부터 마시고, 핸드폰 좀 하다가 일을 하겠다고 한다. 나한테는 그렇게 여유를 부리는게 오히려 벌칙이다. 우리는 서로 이해를 못한다. 하지만 그 포인트부터 enfj와 isfp는 상호보완이 된다. 나는 그들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든든해진다.
물론 싫어하는 isfp도 있다. 주변에 극도로 좋아하는 isfp 2명에 대한 설명을 지금까지 해왔던거고, 극도로 싫어하는 isfp에 대한 설명을 아주 짧게 지금부터 해보려고 한다. 그는 너무 우유부단했고, 본인이 이미 결정을 내렸음에도 지속적으로 주변에 의견을 물었다. 나는 솔직한 내 의견을 말했으나, 결국은 그가 이미 정한 그 선택대로 진행된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독단적이라는 이미지가 싫어 항상 의견을 물어보려는 제스처를 취했고 나는 그에게서 완전히 질렸었다. 휴. 여기까지 하겠다…
다시 사랑스러운 isfp 얘기로 돌아가서, 나에게 그들은 덩어리같은 느낌이 있다. 이게 좀 안좋은 어감같이 들릴 수 있겠으나, 게으르고 밍기적대는 덩어리들. 근데 그 안에는 사랑, 배려, 유머, 결정적인 행동력을 품고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내가 지칠 때 그 덩어리 안에서 쉴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