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시험공부를 하게 되었다.
19살 때 수능을 준비하면서 하루하루 참 고됐었는데, 거진 10년이 지나고 나서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기억이 잘 나지 않았었다.
시험공부를 시작하고나서 얼마나 그 때가 x 같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외워도 외워도 까먹는다.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출제자들 심보가 상당히 고약해서 문제를 베베 꼬아 내니까 그런거다.
아, 이건 예외구나
이것도 예외네?
아 이럴 땐 또 이러네 …
이러다 보면 몇 단원에서만 외울 게 수만가지 생성된다. 고작 시험을 위해서 나의 작고 쭈글하고 촉촉한 뇌를 이렇게 사용한다.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담기에도 부족한 뇌용량이란 말이다.
그리고 망할 긴장감.
시험을 망쳐버릴까봐 불안해서 미쳐버리는 순간들이 움퉁움퉁 찾아온다.
하필 그런건 내 마음과 몸이 가장 이완되어 있을 때를 틈타 찾아온다.
자기 전이라든지, 커피 한잔 호록 할 때라든지, 기분 좋은 수다를 나누고 정적이 찾아왔을 때라든지…
그 긴장감이라는 불청객을 어떻게 다스리는지가 수험생활의 관건이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잘 되겠냐고.
19살 때는 내가 어려서 긴장되는줄 알았는데, 서른살이 가까워도 여전히 긴장되는걸 보면 나이는 중요치 않은 듯 하다.
긴장감은 사실 해소가 불가능한 감정이라고 느껴진다. 정말 다루기 어렵고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긴장감이라는 감정.
그리고 결국 마지막엔 나를 이딴 시험으로 재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반항심이 생긴다.
내가 어떤 존재인데, 내가 얼마나 귀중한 인간인데 !!!!! -> 이런 식의 급작스런 청춘만화식 분노에 휩싸이면서 시험이 x같아진다.
시험은 사실 날 해치지 않는데 말이다. 내가 그 시험을 망치는거지 뭐 …
사실 내가 그 반항심에 이끌려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모든 수험생들에게 사랑과 응원과 존경심을 동봉하여 이 글을 끝마치겠다.
아, 그리고 하느님, 부처님, 수만명의 신도를 거느린 모든 신들께 기도 한 번 드립니다 …
저 합격하게 해주실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