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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꿀이 Jan 02. 2023

저출산 관련 댓글 모음집

맵다 매워

요새 저출산이 난리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 가임여성 1명당 낳는 아이는 0.7명이라고 한다. 전세계에서 가히 압도적인 숫자다. 압도적인 꼴찌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러다가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까,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할까, 수많은 기사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정치인들의 발언이 쏟아진다.

90년대 미혼 비출산 여성으로서 나는 이 상황이 참 묘하다. 나도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됐을까 싶은데, 사실 그런 걱정을 하기엔 나 또한 출산을 안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출산하고 싶냐고? 그건 아니다.

그래, 이러니까 출산률이 이렇겠지.

진단명과 예후는 정해졌는데, 악화요인-완화요인-선행요인이 명확하지 않고, 치료방법 또한 불분명하며, 치료비는 마천루처럼 높아져만 가는 병에 걸린 느낌이다.

그만큼 암담하다는거지…


저출산에 대해서 나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남자라면? 기성세대라면? 나보다 어리다면? 이미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라면?

그래서 저출산 관련 댓글들을 모아봤다. 저작권 및 초상권 등 여러가지 법적 분쟁을 피하고자 닉네임은 가져오지 않았다. (실명 없으면 댓글 모음은 된대요 ! 겁나서 찾아봤어요..)


[유투브에 올라온 ytn사이언스 - 인구절벽이 가져올 우리 사회의 변화는? 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달린 댓글들]

그동안 대한민국 피시서버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서버 관리 비용을 충당하기가 힘들어져 더 이상 서버유지를 할 수가 없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 이런 댓글을 보면 참 우리나라 국민들 너무 유쾌하다. 나는 그런 유쾌한 사람들이 너무 좋다.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라지만, 끝을 모르는 고통의 승화 정신을 보면 어지럽고 울컥한다. 대한민국이 멸망한다고 하면 왠지 심장이 덜컥 내려앉지만 서버 종료라고 생각하니 괜시레 귀여운 느낌이 든다. 이래나 저래나 똑같은 얘기라도 귀엽게 말하면 마음이 좋은거다.


인간적인 문제를 인간적이지 않은 기술과 해법으로 해결하려하는건 변하지 않네

- 댓글을 다신 분의 마음이 직관적으로 와닿은 댓글이었다. 맞다. 사람이 사람을 더 이상 낳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인간적인 문제다.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우리들을 더욱 인간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해답이다.


불꽃처럼 살다가 끝나는거지. 이 정도면 충분히 열심히 했다.

-마음 한 구석이 괜히 시큰했던 댓글. 모두 다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인생은 화려한 불꽃놀이일 뿐이니 편안하게 생각하라는 것 같이 느껴져서 위로가 되고, 힘도 된다.


일개미는 원래 알을 낳지 않는다. 인구 감소는 기업, 국가 그리고 거기에 기생하는 기득권들의 위기이지 개인의 위기가 아니다.

-댓글들을 주르륵 읽다보니, 우리 스스로를 일개미처럼 느껴지게 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판글들이 많았다. 덩달아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이 댓글을 다신 분이 스스로를 일개미처럼 느끼시진 않았으면 좋겠다. 이 분이 꿀벌처럼 윙윙 행복하게 날아다니시기를. 어느 날에는 베짱이처럼 딩가딩가 놀면서 마음을 다잡으시길.  


[유투브에 올라온 MBN 뉴스7 - 인구절벽 못 막으면? 뉴스기사에 달린 댓글]

무서운 사실은 이런 암울한 상황에도 그 사실에 쌤통이다 라는 마인드가 대부분… 대체 젊은이들에게 어떤 짓을 했길래 젊은이들이 스스로 국가를 소멸시키고 그 상황을 즐기는거냐 기성세대들아

-배움이 짧아 나를 비롯한 지금 젊은이들의 나라에 대한 분노를 멋드러지게 적기가 어렵다. 확실한 것은 댓글 작성자 분이 말한 것처럼 국가를 소멸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있어서 어떠한 두려움도 없다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일단 확신할 수 있다.


역사는 돌고 돕니다. 인구가 줄어나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하고 어디 나라와 전쟁에 져서 흡수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흘러가겠죠.

-이 댓글도 상당히 흥미로운 관점의 댓글이었다. 조선왕조도 500년이나 잘 흘러가다 망했고, 소련도 영원할 것 같아 보였지만 해체했다. 알래스카는 뜬금없이 미국 땅이 되기도 했고. 그저 이것 또한 역사의 일부분이며, 아주 먼 미래 역사책의 한 바닥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왠지 모를 국가에 대한 부채감이 약간은 해소된다.


[유투브에 올라온 서울대학교 조영태교수의 강의, 인구절벽이 그리는 암울한 미래:한국은 이미 멸종의 길에 들어섰나에 달린 댓글]

특히 수도권 집중이 많이 공감되네요. 이미 인프라가 너무 강력해서 젊은 분들이 지방에 내려갈 이유가 없고 더욱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살기 어려울 거 같네요.

- 조영태 교수님의 강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제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인구 감소 이야기였다. 지방 소멸. 아주 중요한 이야기지만 이외로 정치계에선 큰 이슈가 아닌 듯하다. 큰 이슈로 만들 수 없는 거겠지만… 서울 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잠재력을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터뜨려내야하는데, 자본주의의 세계에선 그 힘을 터뜨리기까지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걸 원하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저출산의 쟁점일 수도 있겠다.


지역 소멸은 곧 ‘상징화’, 상징화의 대표는 ‘입시교육’. 인생의 첫 시작부터 획일화를 강요받았으니 당연 욕구는 한 방향으로만 향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발목을 잡은거니 할 말 없습니다.

-고도성장을 이루기 위한 집약적인 움직임은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이 좁고 얕은 어떤 것에만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욕구의 병목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모두가 그걸 향해 움직이니 당연히 모두 지치고 힘들어지고 에너지가 폭발한다. 지금이 그 시기인 것이다. 다양하고 특색있는 가치들을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며, 국가 또한 그걸 도와줘야 할텐데. 어렵고도 모호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망했으면 싶다가도 안 망했으면 좋겠다. 이 말도 안되는 양가적인 마음을 글쓰기로 달래본다. 고찰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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