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짜장 + 짬뽕 + 미니탕수육
가덕도는 어디냐하면, 거제도를 가기 바로 직전에 있는 조그만 섬이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가거대교’는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대교이기도 하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핫플레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sns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핫플레이스가 어딘지 잘 모르기도 하고, 사람들이 우글우글 밀도가 높은 곳에는 낭만이나 추억이 들어찰 공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살이만으로도 사람구경은 충분한 느낌도 있고…
그래서 나는 주말에 꽤 알려지지않은 가덕도를 놀러가기로 했다. (사실 내가 무식해서 몰랐던 곳)
그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가덕도를 가는 길은 차가 하나도 막히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우리의 자동차도 맘껏 달릴 수 있어서 신나보였다.
장춘반점은 가덕도 맛집을 검색하면, 네이버 별점이 꽤 높은 곳 중 하나였고, 탕수육의 사진이 너무 맛깔스럽게 보여 우리의 점심 식사 장소로 결정된 곳이었다.
장춘반점 바로 앞에 무료 공영 주차장이 있어서 편하게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고 보니, 여름의 습도만 시끄럽게 소리치고 있었고 온동네가 조용한 편이었다.
그래도 놀러간답시고 어느정도 꾸민 우리는 그 곳의 주민들의 시선을 모두 훔칠 수 있었다.
그 날의 우리는 드레스코드 잘못 알고 온 머쓱한 사람들이었다
.
경찰서 바로 앞에 장춘반점이 당당하게 서있었고, 점심을 막 먹고 나온 경찰관들은 그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장춘반점 바로 옆에는 담쟁이 덩굴이 눌러 앉은 빨갛고 고동색의 벽돌이 있었는데,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그 설계가 내 눈에는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음식점 문 앞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식빵을 굽고 있었다. 전형적인 코리안숏헤어 고양이들.
왜 아름다운 풍경은 언제나 전형적인걸까?
미쟝센에 미쳐버린 감독이 찍은 영화같은 풍경이었고, 그건 너무 전형적인 여름의 풍경이었지만, 모든 클리셰가 그렇듯 나는 그 클리셰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식당 안에는 우리 둘 밖에 손님이 없었다. 대신 미친듯이 배달 주문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주문이 나오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전화벨도, 배민 알람도 울리지 않았다.
아마 배달을 갔다오시는 길에 구두로 배달 주문을 받고 오시는 듯 했다.
아날로그-디지털 과도기 세대에게 그 장면은 감동이었다.
맞어, 저런 시절이 있었어.
삼선짬뽕 너무 먹어보고 싶었는데, 2인분만 주문이 된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짬뽕 / 간짜장 / 미니탕수육을 시켰다.
그랬는데 삼선짬뽕급 되는 짬뽕이 나왔다. (그렇다면 삼선짬뽕은 도대체 어느정도의 퀄리티인것이냐!)
한치같은 거랑 야채랑 이것저것 엄청 푸짐한 짬뽕이어서, 다시 한번 눈물을 머금고 먹었다. 진짜 맛있었다.
간짜장도 맛있었고, 미니탕수육도 양많고 잡내도 안나서 후루후룩 코박고 먹었다.
거기서 바쁘게 일하시는 점원 분들과 누가 봐도 외지인티 풀풀내면서 밥먹고 있는 우리들과 나는 오래됐소- 라고 자랑하는 듯한 이 가게, 이 모든 게 뇌리에 박혔다.
혀가 기억하는 음식점이 있고, 코가 기억하는 음식점이 있고, 뭐 그런 것 같다.
장춘반점은 눈이 기억하는 음식점이다.
그 모든 풍경이 생생하게 기억될 음식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밖을 나왔다. 발랑 드러누워있던 고양이 두마리 중 한마리는 우리가 나오니까 건너편 차 밑으로 쪼로로 들어갔다.
잘있어 냥이들~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