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살고 싶다 3편

동업자를 구하자

by 꺼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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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령단의 막내 호랑이는 구름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날들, 형누나들과 함께 웃으며 지냈던 평온한 일상이 그리웠다. 그때는 당연하다 여겼던 모든 순간들이 지금에서야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절절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하늘계의 공기는 언제나 맑고 깨끗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몸속 깊숙한 곳까지 정화되었다. 그곳에서는 세상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인간계로 내려가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호랑이는 아직도 생생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던 호랑이에게 갑작스럽게 전해진 명령 한 마디는, 그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도 불분명했다. 아무런 설명도, 준비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내려가서 수행하라는 말 한마디뿐이었다.

막내라서 그 어떤 것도 씩씩하게 물어볼 수 없었다. 형누나들에게 당당하게 질문을 던질 용기도 없었고, 대장님께 항의할 배짱은 더더욱 없었다. 마음 한구석이 서운했다. 형누나들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본인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활동하고 있는데 혼자만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외로웠다. 그래도 호랑이는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것도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믿어야 했다. 인간계로 수행가는 동물이 나뿐만은 아니니까….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맴돌고 있었다. 호랑이 성질이 발현되려면 세월이 더 필요한가 보다.

떠밀리듯 내려온 인간계는 하늘계와 확실히 달랐다. 인간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무거운 공기와 탁하고 답답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마음들, 말로 표현하기에 더럽고 찐득한 감정이 뒤섞여 있어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하늘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거운 기운들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걸어가는 길마다, 스치는 인간마다 저마다의 복잡한 사연과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실처럼 얽혀서 공기 중에 떠돌아다녔다.

이런 인간계에서 비빌 언덕을 구하려면 고생 꽤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인간으로도 변했다, 비둘기로도 변했다, 쥐로도 변했다, 고라니로도 변했다 하면서 호랑이는 동업자를 구하러 다녔다. 동업자를 구해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간 형누나들이 하늘계로 불러주리라. 그 희망 하나만을 품고, 호랑이는 열심히 낯선 땅을 걸어 다녔다.

그날은 매미가 되어 한 도시의 한 구역의 한 편의점 앞 은행나무에 매달려 있던 날이었다. 짙은 녹음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이 매미의 투명한 날개를 통과하며 반짝였다. 매미가 된 호랑이는 꽤 오랜만에 색다른 기운을 감지했다. 맑고 깨끗한 기운이었다. 도시의 탁하고 무거운 공기 속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지금까지 맑은 기운을 가진 인간을 안 만나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은 맑은 기운 속에서 피어오르는 침향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하늘계에서 자주 먹던 그 침향의 향보다 좀 더 순하고 연했으나, 그래도 호랑이의 그리움을 충분히 자극할 만했다. 인간계에 머무르느라 잊고 있던 하늘계의 기억들이 그 향기와 함께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호랑이는 매미에서 비둘기로 변했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그 기운을 따라 걸었다. 아니, 걸었다기보다는 이끌려 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점점 침향의 향이 강해졌고 비둘기가 된 호랑이 앞에 한 인간 여성이 감지되었다. 저 여자에게서 침향의 향기가 나는 것이구나. 그녀는 편의점 안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여자의 가녀린 몸을 보며 호랑이는 더욱 구미가 당겼다. 저 여린 몸매는 어떤 형태로 자신이 변해도 해하지 않을 것 같았다. 너무 강해 보이는 사람은 동업자로서 썩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호랑이는 그녀를 동업자로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동업자를 찾은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게 안에서 뭔가를 집고 있는 그녀를 보며, 호랑이는 그녀가 가장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호랑이는 잘 알고 있었다. 첫인상에서 실패할 수는 없었다. 호랑이는 눈을 감고 집중하여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어 보았다. 정신을 한곳으로 모으자 서서히 그녀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침투한 그녀의 머릿속은 한 남자의 얼굴이 지배적이었다. 하늘계에 존재하는 전설의 동물 중 하나인 호랑이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하는 그 남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남자의 형상 주변엔 흐릿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아마 그녀의 상상 속의 남자일 확률이 높았다. 인간계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많은 인간 여성들이 환상 속 인간 남성을 자주 상상하고 바란다는 것이었다. 본인이 선택한 예비 동업자 또한 ‘꿈에 그리던 남자’를 항상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녀는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호랑이는 주저하지 않고 그 모습으로 변신했다. 비둘기의 회색빛 깃털이 사라지고 피부가 돋아나며 키가 훌쩍 자라났다. 호랑이는 그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매우 체계적으로 접근했지만, 결과적으로 동업자 후보였던 은성은 20분째 민호로 변한 호랑이 앞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은성이 엉엉 우는 모습을 보며 호랑이는 당황했다. 분명 가장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변한 것인데 왜 이렇게 슬퍼하는 걸까? 기뻐하고 설레야 하는 것 아닌가? 호랑이는 죽음이라는 것도, 상실이라는 것도 아직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애송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우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머뭇거렸다.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싶어 호랑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혔다. 인간계로 내려와 동업자를 구하지도 못한 채 모든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일까 봐 두려웠다. 하늘계로 돌아가서 형누나들에게 수행에 실패했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은성의 울음소리가 격해질 때마다, 호랑이는 그녀와 함께 울고 싶어졌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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