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생실습을 마친 5월 바로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오퍼를 받았었는데, 지금도 그 출근 첫날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교생실습을 할 때는 Co-Teacher가 나와 함께 교실에 있어서 심적으로 안정이 되었었는데, 이제 광야에 학생들과 나만 홀로 남은 것이다. 내 입에서 무슨 말이라도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20명이 넘는 학생들 앞에서 떠듬거리는 영어로 첫 말문을 열었던 그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내 마음과 다르게 유창하게 못했다. 나에게 영어는 제2 외국어였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문장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한국어로 생각한 뒤 번역 단계를 거쳐서 입으로 나오곤 했다, 그렇다 보니 무슨 말을 하려면 문장 사이의 간격이 꽤나 길었고, 번역 단계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기 때문에 말하는 속도 또한 매우 느렸다. 긴박하게 돌아가야 하는 교실 상황에서 어눌하게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말을 들을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매일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나 자신을 자책하며 흘려보냈는지 모른다. 나는 이렇게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나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내가 지난 10년간 성공적으로 교사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 방법이 되었다.
미국의 학교는 아침에 굉장히 일찍 시작한다. 보통 아침 7시면 학교 문을 열고 대부분 7:50분 전에 수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수업은 보통 3시 이전에 끝이 난다. 한국에 다르게 미국은 방과 후 수업이 없고 대부분이 스포츠 연습과 클럽 모임이 대부분이다. 나의 일과는 새벽 1-2시에 기상해 수업 준비를 세 시간 한 뒤에 출근을 6:30까지 마치고 수업 준비를 다시 30분 정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3시에 마치면 바로 집에 와 저녁을 먹고 7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수업 준비라고 하는 건 그날 수업할 내용을 전부 스크립트로 작성해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일단 티칭을 한 반당 기본적으로 30-40분 정도 해야 하기 때문에 A4 분량으로 2장 정도를 쓴 뒤에 통째로 외웠다. 당시 나는 하루에 5개의 반을 가르치고 2개 이상의 수업이 중복되었기 때문에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복사 넣기를 해서 나만의 스크립트(총 10장 정도)를 만들어야 했다. 이렇게 매일 두 달 정도를 하다 보니 교실 상황에서 쓰는 용어와 반복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미 나는 그 문장들을 이미 수십 번씩 반복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번역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에서 나올 만큼 완전히 익숙해져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작업을 거의 삼 년 간 계속했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첫 번째 자신이 공부해야 할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비즈니스, 화학, 의료, 교육 등 그 분야에서 사용하는 어휘들을 반드시 숙지하고 입에 닳도록 말하며 입에서 나올 때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야 한다. 나 역시 거의 15년을 미국에서 살았지만 의료 분야의 단어들은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다. 한 번도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단어들이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하는 단어들을 읽고 또 읽어라. 특히 한국인에게는 엑센트가 있기 때문에 사전을 찾아서 정확한 발음에 익숙해져야지 내가 알고 있는 발음대로 읽으면 절대 안 된다. 발음이 되지 않을 경우 젓가락을 입에 물어 연습할 것을 권장한다.
둘째 나만의 스크립트를 만들어라. 이 방법은 정말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한 주제를 정한 뒤에 영어로 나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그 문장을 적절하게 영어로 번역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될 수 있는 한 글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글을 쓸 때 할 수 만 있으면 원어민에서 수정받을 것을 권장하지만,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내가 쓴 문장이 말이 되는지 그 문장 자체 혹은 숙어를 구글로 찾아봐야 한다. 영어의 사용 중 제일 어려운 것은 전치사( for, of, about, to 등)의 적절한 사용이다. 전치사 하나에 따라서 뜻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사용한 전치사가 문장 속에서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를 반드시 점검해봐야 한다.
이렇게 스크립트가 완성되었다면 섯째 외워라. 정말 달달 외워야 한다. 입에 완전히 붙을 때까지 외워야 한다 나의 경우 내가 작성한 스크립트를 매일 프린트 한 뒤에 주머니에 갖고 다녔다. 쉬는 시간에 보고, 화장실에서도 보고, 점심시간에도 보고 했다. 중요한 것은 소리를 내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문장에 사용된 상용구들이 입에 완전히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입에 익숙해지면 더 이상 내가 원하는 문장을 이야기할 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입에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 세 번째 단계가 단언컨대 가장 어렵다.
넷째 이 과정을 반복하라.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 글을 쓰고 외우고, 다시 글을 쓰고 외우고 하다 보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스피킹이 늘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나의 경우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날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과정을 반복했다. 결국 생존을 위해 했던 나의 처절한 일상이 나를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