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가 되다!

by 나옹

"너무 힘들어요!! 못하겠어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세상 살다 살다 이렇게 온 세포 하나하나가 아파보긴 처음이다.

3번째 항암 사이클을 끝내고 자가 조혈모 세포 이식을 위한 나의 조혈모를 채집하기 위해 입원해서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를 맞은 후 다음날.


"그럼 퇴원하시고 몸 추스르신 후에 다시 진행할까요?"


정말 싹수없게 들리던 전공의의 말.


'그럼 또다시 이 고통을 견뎌야 하잖아!! 그래도 도망가고 싶다 너무 고통스러워!'


내적 갈등이 심하게 일어났지만,


"... 아니요..."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를 대용량 투여해서 백혈구 수치를 급격히 떨어뜨린 후 백혈구 촉진제를 맞고 수치가 올라오면 자가 조혈모 채집을 할 수 있다.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내 몸이 항암제에 절여져 있는 기분. 구토를 10번쯤 하고 고열이 2번쯤 오르고 내리길 반복한 후 적당히 떨어진 백혈구 수치에 그제야 백혈구 촉진제를 맞을 수 있었다.


"간호사님! 끄으윽! 이게 뭔가요?"


두근두근 , 쑤욱

두근두근 , 쑤욱


내 뼈 마디마디가 무슨 축제에서 춤을 추듯 진동을 하며 조여 온다.


"뼈 많이 아프시죠? 많이 아프시면 좋은 거예요. 내일 백혈구 수치가 쭉 올라 가 있을 거예요!"


온몸을 비틀어 백혈구를 급격히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통증...

미치고 펄쩍 뛰겠다. 사지가 뒤틀리는 고통이 이런 느낌이겠지.





"여긴 암 병동인데 어떻게 발견하게 되신 거예요?"


휠체어로 조혈모 채집실까지 데려다주시는 근로 여사님이 넌지시 질문을 넌진다.


"건강 검진에서요"


"어휴~, 젊은데 힘 많이 내요!!"


안쓰러워하는 여사님 모습과 휠체어를 타고 이동 중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워하며 보는 시선들이 달갑지 만은 않다. 나도 불과 몇 달 전까진 저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일반인이었는데 동정의 눈빛들이 불편하다.




"채집까지 4-5시간 걸립니다! "


꼼짝 하지 못하고 누워서 목에 뚫어둔 정맥을 통해 나의 피를 채취한 후 바로 걸러서 조혈모를 채집하는 과정이다.


'등을 뗄 순 없어도 팔, 다리는 움직 일순 있으니까.. 이쯤이야!'


그렇다.

여러 번의 MRI와 CT를 찍어보니 내공이 쌓였다.


'이제 거의 끝나가는구나.. 내일 즈음 퇴원도 가능할 것 같은데?!'


사실 병원에서의 1주일은 장기간 비행기를 타는 시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불편한 잡자리와 외부 출입도 금지되니까.

그렇게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데,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뵐게요!"


"네? 내일 또요?"


"네 보통 추가 이식을 위해 이틀 채집합니다"


"......... 네"


재발할 때를 대비해 조혈모를 충분히 채집하기 위해서니까... 참아야지.









"꺄악~~~~~~~~~~~~~~~~~~~~~~~~~~~~~!!"


'이건 드라마에서나 보던!!!!!!!!!!!!!!!!!!!!!!!!!'


샤워를 하던 중 내 손에 잡히는 한 무더기의 머리카락들!

퇴원하고 2주일쯤 지나자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조혈모 채집을 위해 맞은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 때문이었다.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것처럼 우두둑 떨어진다.

내가 걸어가는 길마다 흔적을 남기는 머리카락들.

식사 중 반찬으로 날아드는 머리카락들.

딱 이틀이었다.

내 머리카락의 80퍼센트가 빠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미용실에서 남은 머리카락을 밀 때는 유튜브 숏폼에서 보던 것 같이 슬프진 않았다.

이틀 동안 빠져대는 머리카락에 이미 정신이 혼미했기 때문에.




"짠! 엄마머리 너무 빠져서 시원하게 다 밀었어! 어때?"




"스님 같아 보여!"


대머리가 된 엄마의 모습에 충격을 받을까 봐 씩씩하게 웃으며 하교하는 딸아이를 맞이했다.

아직은 암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초등 2학년 아이.

그래서 다행이다.

엄마가 죽을병에 걸려 치료 과정에서 머리가 다 빠졌다고 생각하면 그 어린 마음이 얼마나 미어지고 갑갑하겠는가.

밝고 명랑하게 대화를 이어가지만 무거운듯한 분위기는 아마도 어린 나이에도 머리로는 이해되진 않지만 영혼에서 느끼는 애잔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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