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직장생활을 돌아보며

by SW짱

뒤돌아본 과거


2004년 사원으로 입사해, 2026년 상무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느덧 22년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그 긴 시간 동안, 회사의 분위기도 산업의 지형도 참 많이 바뀌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땐 '애니콜' 신화와 함께 휴대폰 사업이 호황이었고, IT 벤처 열풍이 거셌다. 무선 사업과 블루투스 기술이 세상을 바꿀 듯했다. 몇 년이 지나니 PDP와 LCD의 시대가 도래했다. 삼성과 LG가 앞다퉈 라인을 증설했고, 중국의 추격도 거셌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몸담았던 나는 부장이 될 무렵 이차전지라는 새로운 파도로 갈아탔다.

이 거대한 흐름을 몸소 겪으며 배운 것이 있다.


'가장 좋을 때가 위기의 시작'


이라는 점이다. 호황기에 무리하게 벌인 투자는 쇠퇴기에 가장 무거운 짐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또한 다음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으면 현재의 영광은 불과 몇 년 안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잘 나가던 회사가 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잘 나간다"라고 느낄 때가 가장 위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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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 분야에서 1% 이내의 최고는 어렵지만 상위 20%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 두 가지 이상은 노력으로 가능하다.


평생 한 가지 만으로 전쟁터를 버틸 수는 없지만 괜찮은 기술 두 가지 이상이 있다면 이를 조합해서 큰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당장의 어려움을 견디는 사람은 화려한 봄을 맞는다


지금은 어디서나 AI가 화두다. 대학원 시절, 나는 인공지능을 전공했다. 당시는 '인공지능의 빙하기'라 불리던 시절이었다. 딥러닝이 등장하기 전이었고, 로봇을 전공으로 논문을 쓰는 나를 보며 동료들은 "로봇 해서 밥은 먹고살겠냐"며 걱정 섞인 농담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을 보라. AI 전문가가 시장을 주도하고, 로봇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되었다.

결국, 남들이 뭐라 하든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준비한 사람은 언젠가 자신의 시대를 맞이한다. 흔히 회사를 '돈 받고 다니는 곳이지 배우러 다니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화사야말로 더 처절하게 배우고, 시도하고, 실패해 봐야 하는 곳이다. 내 돈 들이지 않고 리소스를 활용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학교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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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레드팀


그런데 이를 막는 이들이 있다.


세상은 마치 우리를 시험하는 '레드팀(Red Team, 아군을 공격하는 가상의 적군)'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면 약점을 물고 늘어지고, 때로는 그 공격에 넘어지게 만든다.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확실한 확신'이 필요하다.


싸우라는 말이 아니다.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온한 감정을 유지하되, 정당한 이유와 데이터를 근거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 확신이 없는 사람에게 리소스를 내어줄 회사는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실패란, 돈과 시간 두 가지를 잃게 되는 매우 큰 리스크다. 자신이 확실하고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회사도 관심이 있을 수 없다.



사람으로 소비한 시간


회사 생활에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 같다.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특히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혀 며칠 밤을 지새우게 만들기도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다. 자존심은 껍데기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다. 그런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하지만 자존감은 내면의 단단한 뿌리다. 이를 지키기 위해 단 5분만이라도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지금의 환경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그 환경 속에서 어떤 태도를 선택할지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우리의 마지막 자유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내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책이다. 지금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꼭 일독을 권한다.



미래의 불안보다 현재의 완성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와 지금의 세상이 다르듯, 미래는 또 다를 것이다. 회사 직원의 나이 분포부터 다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미래 준비는 '완벽에 가깝게' 훌륭히 일을 끝내는 것이다.
완벽한 결과물은 어렵더라도, 그동안 들인 '공(功)'은 내 몸에 남는다.


이러한 노력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많은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머리에서가 아니라 시도X개선의 누적에서 나온다.

매 순간 그런 자세로 임한다면, 당신은 어느새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어 있을 것이고, 당신이 걱정하던 미래는 이미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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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을 정리하며


지금까지 매 순간이 배움이고 때로는 뼈아픈 실패였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나에게 꼭 필요했다. 그런 실패 덕분에 작은 성공의 행복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부여한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된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면서 내공도 많이 쌓인 것 같다.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만 지키면 어떤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상처받을 일이 없다.


22년을 지나오며 알게 되었다. 편안함은 신호고, 성장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성장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당신은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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