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를 사례로
I. 들어가며
1. 나이가 들어가며
The Economist의 Europe Sector인 Charlemagne 칼럼을 읽으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작은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 나이 또래 어르신들은 공감하겠지만, 다중초점렌즈를 착용할 경우 처음 몇 분 동안은 눈의 영점을 맞추어야 한다.
집중이 안되니 내용의 이해가 될 리가 없다. 아침 출근길에도 한동안 초점 맞추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옛날 어르신들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한자라도 더 보라!’고 하셨나 보다.
나도 그땐 그 소리가 왜 그렇게 듣기 싫었던지…
2. 이 글을 남기며
어쨌든, 우울한 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한 편의 글을 더 쓰기로 한다. 지난번 The Economist & FINANCIAL TIMES 읽기 요령에 이어 이번에는 영어 원서 읽기 요령을 기록에 남긴다.
아래의 글 또한 영어원서 읽기에 관하여 글쓴이가 직접 겪은 사실을 옮겨 적는 것으로 절대적인 기준은 없고 그냥 내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정의론)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참고로, 글쓴이는 이 책의 원서만도 4회 이상을 읽었으나, 그 내용은 아직도 잘 모른다.
II. 체계적인 영어원서 읽기
1. 좋은 책 고르기의 중요성
책을 읽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읽어야 할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이다.
책은 자신이 직접 고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어느 경우에도 도서 선택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늘 본인의 몫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좋은 책을 고르는 법일 것이다.
2. 영어원서 읽기 요령
아래 내용은 비단 영어 원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는 거의 모든 책에 적용되는 내용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것인지 아니면 입문서만 보고 맛만 볼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가. 제1단계 전략
가장 먼저, 선택할 책의 제목과 저자 그리고 인쇄일자를 살핀다. 책의 제목과 부제가 바로 저자가 내리고자 하는 결론이다.
그러고 나서 맨 뒷장 겉표지로 가서 책의 소개를 읽는다. 이 부분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출판사가 적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대부분 작가가 자기의 생각을 압축해서 적는다. 왜냐하면, 누구보다 그 책의 내용에 대하여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저자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종 여러 유명인들의 추천사유가 적혀 있으므로 반드시 읽어야 한다. 이왕이면 권위 있는 사람들이 추천해야 신뢰가 가지 않겠는가!
그다음, 책의 목차(Contents)로 넘어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훑어본다. 이때 주목할 것은 책의 제목과 겉표지의 내용에서 유추한 저자의 결론이 논리 정연한 순서로 전개되어 있는지를 살핀다.
목차를 다 살피고 나서 반드시 서문(Preface, Prologue, Introduction)을 정독한다. 이곳에서는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낸다. 간혹, 서문에서 모든 핵심 결론을 내려주는 경우가 많다.
서문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결론은 책의 마지막장에 가면 다시 나오니 그곳을 반드시 정독한다.
나. 제2단계 전략
이 단계의 전략목표는 원서를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읽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노란색 형광펜을 칠해가며, 나만의 Signature를 남긴다. 나중에 누가 보면 나는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고 우쭐해하려고 그렇게 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서 처음부터 찬찬히 책의 전체를 읽는다. 이때부터는 고통의 연속이다. 막막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번역본이 아닌 원문을 가지고 책의 내용이 어렵다거나 잘못 쓰인 것이라 말하면 안 된다. 그 대신 자기의 무지를 탓해야 한다.
늘 하는 얘기지만, 마라톤과 등산 그리고 독서는 공통점이 있다. 목표점의 3분의 1까지는 무조건 힘이 드나, 그 지점만 통과하면 Runner’s High라 하여 이제는 상쾌한 기분으로 달려 나간다. 책의 경우에는 작가의 문체와 고유한 핵심 범주 또는 개념에 독자가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한다. 아주 쉬운 동화책도 역시 마찬가지다!
법학교과서를 공부하듯이 처음에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고 무조건 일회독을 한다. 책의 내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양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소파에 누워서 카페에 커피를 마시면서 편하게 읽는 책은 아마 그 내용이 모두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쉬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책은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시간 때우기에는 좋았을지는 몰라도 생각을 넓히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다. 제3단계 전략
이제부터는 지적허영의 단계를 뛰어넘어 지적 호기심으로 나아가는 단계로 How to read a book에서 소개한 Inspectional and Analytical Reading의 방법을 사용한다. 이때는 빨간색 볼펜으로 중요한 부분에는 자를 대어 줄을 긋는다.
1 회독을 다하고 나서는 독서의 전략을 새로 짜야한다! 이제는 정의론의 맛보기를 봤으니 본격적으로 독서와의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정의론과 관련된 가장 쉬운 입문서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방향을 잡는다.
그다음에, 원문과 번역본을 각각 대조해 가며 읽는다. 이때, 절대로 원문의 Chapter를 다 읽기 전에는 번역본을 봐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한 문장을 읽고 바로 해석을 봐서는 안된다. 외국영화를 볼 때 자막을 보게 되면 원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그래서 다소 길지만 Chapter를 끝까지 읽고 다시 번역본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원문과 번역본을 모두 읽고 나서는 다시 입문서를 통하여 방향을 잡는다. 이때에 큰 방향과 내용의 얼개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YouTube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초등학생용 책을 봐도 괜찮다. 대신 이런 책은 서점에서 쓱 보고 와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고전을 선정해 주는 참 자상한 아빠구나 할 것이다.
라. 제4단계 전략
이 단계에서는 책이 책을 부르는 Syntopical Reading을 실천한다.
이 방법은 Karl Marx의 자본론을 이해하고 나서 Adam Smith의 국부론과 John Rawls의 정의론을 비교·분석하는 최고 높은 단계의 독서법이다.
제2차전을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원문만 죽어라 본다.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좋으니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간다. 대신 집에 돌아가서 번역본으로 꼭 대조하여 이해한다.
2 회독을 했음에도 사실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그러나 3 회독을 할 때는 다소 너절너절 해진 책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사실 이해가 조금씩 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때가 진짜로 책을 제대로 읽을 기회가 온 것이다. 이때에 다시 입문서를 살펴서 그 방향을 다시 체크한 후 정주행을 한다.
이렇게 하여 4 회독, 5 회독하다 보면 책이 또 다른 책을 부른다. 가령,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를 읽고 나면, 저자의 다른 저작인『Political Liberalism, Lectures on the History of Moral Philosophy, Justice as Fairness』와 Michael J. Sandel의『JUSTICE』와 황경식 교수의『사회정의의 철학적 기초』와『덕윤리의 현대적 의의』라는 책도 사서 보게 된다.
III. 정의론을 읽고 난 느낌
물론,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 줄로 남기며 마무리한다.(글쓴이 작성)
Justice is the ideal conjunction between Social Justice and Individual Liberty, plus the Common Good.
무슨 뜻인지 찾지 말고, 물어보지 말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이 글은 영어 원서 읽기에 관한 요령을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다음 또 한 번 읽게 되면, 그때는 제대로 서평을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