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인문학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본인이 스스로 그동안 소개한 역사와 철학과 함께 문학작품도 읽으려 노력한다는 사실을 "독자분들"께 알리고자 함이다.
영어원서 말고도 한글의 원서 그것도 문학 작품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들풀생각에는 그 어떠한 주제도 모두 소통이 가능한 공간임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나는 인문학 분야에서 문학작품(소설)을 읽는 것이 너무 버겁다. 창피하게도 여태껏 제대로 읽은 소설이 거의 없다.
그런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이다.
다른 것과 달리, 이 소설이 내 마음을 끌게 한 것은 조선시대 사회의 가장 밑바닥 계급인 백정과 그 패거리(청석골 두령들)가 모두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게 된 또 다른 이유는, 1928년부터 1939년 사이에 조선일보에 연재된 이 작품에서는 일본말의 불순물이 거의 끼어있지 않은 순수 우리말 (한자식 문자는 우리말화 된 것이므로 포함)로 구성된 장편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글 바로 쓰기의 저자 이오덕 선생에 따르면, 『진다, 된다, 되어진다, -에 있어서, 의, 와의, 과의, 에의, 로의, 의로의, 에서의, 로서의, 의로서의, 로부터의, 으로부터의, 애로의, 에게서, -에 다름 아니다, 의하여, 속속, 지분, 애매하다, 수순, 신병, 인도, 입장, 미소, 미소 짓다, 그녀』의 일본말과 중국말, 서양말의 불순물이 끼어있지 않는 우리나라 현대의 문학작품이 거의 없다고 한다.
내가 읽어본 바로는 이 작품은 위에서 언급한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일본말이 거의 없는 작품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 전 우리는 한글의 보고인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을 읽어봤으면 하는 것이다.
총 10권이나 되는 책을 단숨에 읽어내리며 YouTube에서 과거 sbs 특집극을 찾아 모두 다 보고 또 책을 정독했다. 그렇게 해서 방송 2회, 책 2회를 더하여 모두 4회를 읽은 셈이 되었다.
※ sbs 특집극: 96.11.10. ~ 97.04.06.(총 44부작)
드라마와 원작의 차이는 해방공간에 벽초 홍명희 선생이 월북하는 바람에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 있던 것을 sbs 작가가 추정하여 그 내용을 마무리 지은 점이다. 참고로, 원작은 임꺽정과 그 무리들이 관군에 쫓겨 구월산 자모산성으로 들어가며 끝맺는다.
벽초 홍명희 선생의 걸작인 ‘임꺽정’의 중심사상은 “의리사상”인 것 같다.
이 사상은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의미하는 조선중기 사림파의 이상적 유교 교리를 일컫는다. 벽초는 이 작품에서 실질적 주인공으로 임꺽정과 청석골 두령들의 정신적 지주인 양주팔(백정학자, 갖바치, 병해대사)을 내세운 것 같다.
특히, 양주팔은 조선 중기 사림파의 거두인 정암 조광조 등과 교유하며 지혜를 설파하고 여러 등장인물들과 호흡하면서 “의리사상”을 암시하는 흔적을 여러 군데 남긴다.
또한, 그는 행동대장 임꺽정을 내세워 여러 등장인물(소인배의 무리)들의 의롭지 못한 행위를 준엄하게 심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품을 쓸 당시에 처해진 우리 민족의 고난시기에 곡학아세 한 어용 지식인들 (춘원과 육당을 포함한 친일 지식인들)을 크게 질타하고,
무지렁이 백성이라도 의리를 지켜내는 것이 곧 조선의 독립을 이루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자 이 소설을 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