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나는 10이라는 숫자를 기다린다. 아마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서부터로 추정한다.
날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서 ‘라이킷 수가 10을 돌파하였습니다!’라는 알림이 오면 왠지 즐겁다 못해 뿌듯하기까지 하다. 속으로 오늘 할 일을 다했다고 느낀다.
내가 올린 글에 라이킷을 누른 독자들을 분석해 본다. 구독자 명단에 없는 이들이 누른 라이킷 수가 전체의 80%를 넘는다. 이들은 모두 나와 같은 작가들이다. 다만, 나와 다른 점은 그들 대부분이 브런치 메인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나에겐 너무도 큰 영광이다. 이어 곧바로 조회수를 확인해 본다. 여태껏 98개의 글을 발행하였는데 조회 수는 어림잡아 라이킷 수의 2배~3배다.
허접한 내 글을 꾸준하게 읽고 있는 독자가 최소 10명 이상이나 된다. 객관적으로 명백한 입증자료다. 조회 수는 나만 보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라이킷 수와 구독자 수만 보인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그런데, 오늘은 문제가 생겼다. 그것도 심각하게 말이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오늘 아침에 2023년 5월 11일 자 Financial Times의 The FT View(Title: Protecting deposits in the era of digital bank runs)를 간추려 ‘뱅크런과 예금자보호’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런데, 글을 올린 지 5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라이킷 수가 7회이고 조회수는 15회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의 목표치를 넘기지 못할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브런치의 구조상 글을 올린 후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게시판에서 사라져 애써 찾지 않으면 그냥 묻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카톡으로라도 보내야 하나 아니면 블로그에 게시할까 망설인다. (블로그에는 라이킷 수가 10회 이상 넘긴 것 가운데 가벼운 글만 올린다.)
아서라!
그들은 브런치 회원이 아니라서 라이킷을 누를 자격이 없고 또 설사 그러한 권한이 있다한들 내가 그래도 명색이 작가인데 많이 없어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후 1시 브런치스토리 인기 글이나 에디터픽 최신 글에 올라가는 꿈을 꿔본다.
택도 없는(어림없는) 소리다.
재미는커녕 글을 쓰는 솜씨도 모자라는데 누가 뽑아줄까!
오늘 올린 글의 목표달성은 아쉽지만 빨리 포기해야겠다. 그러나 자존감의 회복을 위해 또 준비한 다른 짧은 글을 올려본다. 그래서 쓴 글이 ‘곱씹으며, brooding over’이다.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라이킷 수가 10회 돌파하였습니다!’라는 기분 좋은 알림이 온다. 소심하게 또다시 문제의 ‘뱅크런과 예금자보호’ 글을 본다. 그 사이 라이킷 수가 2회 더 늘어 현재 9회로 여전히 목표미달이다. 미련만 남겨두고 떠난다.
내가 쓰는 글 솜씨로는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자주 생길 텐데 큰일이다. 꾸준하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으니 무슨 멋진 꾀라도 하나 내어야겠다. 라이킷 수를 5회로 낮춰볼까도 생각해 본다.
아니다!
당구수지와 마찬가지로 목표를 상향식으로 해야 발전이 있지. 없이 살더라도 그리 살진 말아야지. 헤겔의 진보사관도 배운 사람이…
참고로, 우리 집 가훈은 ‘없이 살지 말자!’다.
어쨌든, 이러한 까닭으로 내가 쓰는 글의 목표를 라이킷 수 10회 이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10이라는 숫자가 늘 나를 설레게 만든다. 이렇게 라도 해놓고 나니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끊임없이 올려야 할 까닭이 생긴 것 같다.
아래는 나의 글쓰기에 관한 자기 합리화(self-justification)에 대한 짧은 글이다.
한때는, 블로그에 글을 써서 올렸는데 글의 조회 수보다 공감수가 많았다.
이제는 그 반대다.
그래서 너무 좋다. 내 글을 진짜로 읽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다.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에는 처음부터 라이킷 수보다 조회 수가 많았다. 물론 그 수들의 합계는 모두 블로그에 견주면 절대적으로 적다.
그래도 좋다.
소심한 성격이라 남들이 내 글을 읽지 않을까 봐 마치 혼자 쓰는 일기를 공개하는 것처럼 꾸몄다. 그렇게 글을 남기며 남들한테 내보이는 글인데도 생각보다 많이들 읽어 주시니 너무도 좋다. 딱 10 사람 이상만 내 글을 읽어줘도 글 솜씨가 크게 늘어나리라 본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면 한 번씩 라이킷 수를 본다. 아주 몇 개의 글을 빼고는 라이킷 수가 모두 10개가 넘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브런치에서 구독하는 작가는 브런치팀을 빼고는 없다. 그럼에도, 내 글을 구독하는 독자가 무려 65명이나 된다. 처음부터 나는 순수한 독자수를 딱 10명만 목표로 했다. 그러나 벌써 목표치의 6배 수다. 나에겐 과분하다.
10이라는 이 숫자의 뜻이 바로 내가 끊임없이 나의 속 마음을 글로 나타내야 하는 이유다.
남들처럼 조회 수가 수백, 수천, 수만 또는 수십만 회를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글솜씨에 관한 한 최소한의 염치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라이킷 수가 10회만 넘기면 만족할 따름이다.
(Epilogue)
2023년 5월 13일 18시 56분 현재, 문제가 되었던 이 글은 라이킷 수가 10을 넘어서며 나를 뿌듯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