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50살이 넘으면 해야 하겠다고 다짐한 일’이 있었다.
‘남들과 견주지 말고 쓸데없이 배움을 넓히지 않는다!’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동안 배우 것을 익혀 잘 갈무리하기로 했다. 솔직히 이제는 새로운 것을 집어넣으려 해도 잘되지 않는다.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요즘은 양창수 교수가 쓴 민법입문과 David Harvey의 Companion to Marx's Capital을 곱씹고 있다. 곱씹다는 것은 말이나 생각 따위를 곰곰이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brooding over다.
둘 다 삶의 경험과 지식이 쌓이니 하나둘씩 재미있어진다. 이제야 퍼즐이 메꿔지는 가 보다. 참으로 독서하는 마음이 우러나서 즐겁다. 한 줄, 한 문장, 한 문단, 한쪽을 곱씹으며 읽는다.
이제야 함석헌 선생의 꾸지람을 몸소 실천해 본다.
참고로,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 역사 제1부 새로 고쳐 쓰는 역사 7. 한국 사람 · 우리 민족의 결점(126p)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한국 사람은 심각성이 부족하다. 파고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생각하는 힘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깊은 사색이 없다. 현상 뒤에 실재를 붙잡으려고, 무상 밑에 영원을 찾으려고, 잡다 사이에 하나인 뜻을 얻으려고 들이 파는, 컴컴한 깊음의 혼돈을 타고 앉아 알을 품는 암탉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운동하는, 생각하는, brooding over 하는 얼이 모자란다.
그래! 시 없는 민족이요, 철학 없는 국민이요, 종교 없는 민중이다.
이것이 큰 잘못이다. 이 때문에 역사극의 각본이 중간에 변동되었다. 이 때문에 그만 커지지 못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