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재미없게 하기 (3)
몸도 마음도 나와 비슷한 판인 이른바 나이가 익어가는 사람들의 책 읽기를 북돋기 위해 내놓는 재미로 꾸민 글이오니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사 례)
최근에 늘 보던 A Companion to Marx’s Grundrisse, Financial Times의 The FT View와 The Economist가 전철 같은 어두운 곳에서 읽기가 힘들다. 전철 안에서는 낮이거나 밝은 날 일어서니 잘 보인다. 사무실과 집 서재에서는 다중초점렌즈와 돋보기를 함께 비치하며 번갈아가며 읽는다.
그러나 이 마저도 몇 달 전 같지 않다. 그래서 지난주 안과와 안경점에 들러 시력을 교정하기로 했다. 정형외과에서는 허리도 무릎도 노두 살살 달래 가며 쉬어가라고 한다.
잘 보이지도 잘 들리지도 않고 같은 자세로 오래 있기도 버겁다. 모두 큰일이다. 그나마 정신은 더욱더 뚜렷해진다. 평생 공부의 화두까지 정해두고 책 읽기를 하기로 결심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효율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 (살펴서 생각함) 듣는 것도 시원찮아 Audio Book도 별로고 E-Book은 처음부터 낯설어 안 쓴다.
‘자본의 물신성(fetishism)과 사대주의 극복’을 화두로 한평생 공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긴 몸의 상태에 맞도록 독서법을 재정립하는 것이 핵심쟁점이다.
아래에서는 들풀이 직접 제정한 고전 독서에 관한 법률의 규정 내용을 바탕으로 그 대안을 마련한다.
우선, 고전 독서에 관한 법률의 제정 목적(2023년 2월 19일 시행)은 인문학문•사회과학•자연과학 분야의 대표고전을 읽으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생각을 넓혀 주는 독서법을 터득하여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근간으로 제정된 같은 법률 제4조 (독서방법) 및 제5조 (독서의 실천) 가운데 선비 독서법의 【심문(審問): 자세히 물음】을 중심으로 하여 모든 독서법의 방향을 미세 조정(fine-tuning)한다.
기타, 이 법률의 규정사항을 준용하며 자세한 내용은 2023년 2월 19일 브런치에 올린 【고전 독서에 관한 법률(안)】을 참조한다.
본 건 사례는 선비 독서법에서 정한 두루 혹은 널리 배우는 박학(博學)의 단계 대신, 자세히 묻는 심문(審問)의 방법을 적용하면 해결이 명쾌하게 될 것으로 본다.
독서 단계 가운데 심문(審問)은 빨리 읽거나 읽은 양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천천히 행간의 뜻을 읽어내려 나가야 하므로 영자신문의 사설(The FT View)이나 Column(The Economist의 Leaders), 철학 및 법학책을 읽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지적 수준의 저하에 따른 현실적 상태를 고려하여 Alfred North Whitehead의 Process and Reality와 같이 너무 난해하여 원문을 중간에 읽다가 포기하고 번역본으로 불완전하게 읽은 책과 같은 것을 새로 시작하기는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그 대신, 기존에 읽은 국부론과 자본론 그리고 정의론은 입문서를 다시 활용하여 그 뜻을 깊이 헤아리는 방법을 택한다.
아울러, 지하철 같은 곳에서는 임산부를 포함하여 나보다 힘든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LED와 같은 밝은 조명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하며, 허리와 무릎 근육의 강화를 통해 몸의 건강한 상태를 늘 유지하기로 한다.
내가 존경하는 국•내외적 석학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의 상태와 반비례하여 대단히 총명한 (sharp as a needle)것으로 알고 있다. (Noam Chomsky, Henry Kissinger). 그들의 저서와 인터뷰 내용을 보니 지구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명석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축적한 지식을 지혜로 바꿔 슬기로운 어른 생활을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고리타분하지만 또다시 스스로 지은 글을 꺼내며 웅얼거려 본다.
눈이 안 보인다거나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차라리, 지력이 떨어져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글을 읽는 재미가 없다고 말하자!
살고자 독서하는 것인데 무슨 핑계가 필요한가?
치망순역지(齒亡脣亦支)라 했다.
우리 속담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뜻으로 , 요긴한 것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살아 나갈 수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